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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 9월입니다!

작성일 : 2021-09-07 10:35 수정일 : 2021-09-07 17:02

 

…그들이 조반 먹은 후에 예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이르시되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하시니 이르되 주님 그러하나이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 주님께서 아시나이다 이르시되 내 어린 양을 먹이라 하시고…
(요한복음 21:15)

 


예전의 제게는 1월이 ‘시작하는 달’이라면, 9월은 ‘다시 시작하는 달’이었습니다. 9월에 2학기가 시작되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은 한편으로는 아쉽고,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기도 합니다.


아쉽다는 데는 많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시작하는 1월에 했던 많은 다짐과 열정이 중간에 흐트러졌기 때문입니다. 그 다짐을 언제 잊었는지, 그 열정이 언제 식었는지 알 수 없으나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 없어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1학기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채 여름방학을 맞이하곤 했습니다.


방학하는 날 받아든 성적표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집에 오자마자 어머니께 회개(?)합니다. “엄마, 여름방학에 열심히 공부해서 2학기에는 더 잘할거야” 어머니는 제게 탕자를 맞이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느끼게 해 주셨습니다. 어머니는 날려버린 시간이나 좋지 않은 성적 따위는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그 대신 방학을 맞이한 기념이라며 특별히 준비한 저녁상을 차려주셨습니다.


그 저녁을 먹고 제일 먼저 한 일이 뭘까요? 방학 중 실천할 생활계획표를 짜는 일이었습니다. 거의 실천 불가능한 계획표를 만듭니다. 하얀 도화지를 펴놓고 컴퍼스로 큰 원을 그리고 그 원을 스물네 등분하여 칸을 나누고, 온갖 색연필을 동원해서 글을 써서 넣습니다. 취침 시간, 하루 세 끼 식사 시간 그리고 나머지는 뭘까요? 전부 공부 시간입니다. 그리고 그 원의 위와 아래에 커다랗게 별별 구호를 다 적어 넣습니다. 그리곤 책상 앞에 붙입니다. 부모님도 흐뭇해하시면서도 웃으십니다. 왜 웃으실까요? 제가 다음 날 아침부터 실패할 것을 알고 계셨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다음 날 아침부터 실패합니다. 우선 기상 시간부터 지키지 못합니다. 그 후엔 성도님들이 상상하시는 대로입니다. 생활계획표는 조금씩 잊히다가 나중엔 생활계획표를 만들었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고 방학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무더위도 한풀 꺾였다고 말할 무렵이면 정말 마음이 서늘해지곤 했습니다. 큰일입니다. 방학 숙제와 일기는 잔뜩 밀렸고, 개학 후 바로 치를 시험 준비도 부실했습니다. 긴긴 방학 동안에 무엇하고 이 모양이 되었을까 후회하면서 개학이 이, 삼 일쯤 남은 날에서야 서둘러 엉터리 일기를 쓰고 밀린 숙제를 합니다. 그리고 비장한 마음으로 책상 위와 서랍을 정리하고, 2학기 교과서에 이름을 적고, 달력을 뜯어 책 표지를 쌉니다. 개학하는 날, 다른 애들은 어땠나 탐색해 보면 저와 별반 다른 것 같지 않아 안심(?)합니다. 그렇게 9월을 시작하곤 했습니다.

 


다시 시작하게 하시는 예수님
이런 어리석은 삶은 어른이 된 후에도 별반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늘 결심합니다. 하나님을 믿는 우리는 결심이란 단어보다 어감이 더 강한 ‘결단’이란 말을 좋아합니다. 수도 없이 결단합니다. 마음 벽에 계획표를 붙입니다. 그리곤 허전한 마음으로 개학을 준비하던 때처럼, 주님 앞에 죄송한 마음으로 앉곤 합니다.


9월이 다가왔습니다. 어떻습니까? 그동안 하나님 앞에서 결단했던 것들을 잘 지키고 계십니까? 2021년도 삼 분의 일밖엔 남지 않았습니다. <말씀대로 365>는 잘하고 계시는지요?
 

영락교회 성도 여러분, 어린 시절 제가 2학기를 위해 책상을 정리하고 숙연한 마음으로 책상 앞에 앉았듯이, 주님 앞에 앉아 보지 않으시렵니까? 마음을 어지럽히는 분노, 우울함, 부질없는 욕망, 그 사이로 늘 솟아오르는 타인에 대한 미움, 시기, 교만 등의 쓰레기들을 말끔하게 치우고 다시 시작해봅시다. 다시 주님 앞에 무릎을 꿇고 조용히 고백합시다.


앞에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이 한편으로 다행스럽기도 하다고 했지요? 다행스러운 이유는 아직 기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다시 해봐”라고 말씀하시는 격려의 명수이십니다. 부활하신 후에 주님께서는 당신을 세 번이나 부인하고 갈릴리로 돌아간 제자들을 찾아가셔서 다시 시작하게 하셨습니다. 베드로가 세 번 주님을 부인했기에, 주님을 사랑한다는 고백을 드릴 기회도 세 번을 주셨습니다. “세 번 부인했다고? 괜찮다. 그만큼 날 사랑하면 된다. 미래는 과거의 지우개다. 다시 잘해 봐라. 그래서 지난날의 부족함을 메우고, 부끄러움을 지워라.” 예수님께서는 다시 시작하게 하셨습니다.


장거리 운전을 하다 보면 차가 꽉 밀리기도 합니다. 도로가 뻥 뚫려 좋았는데, 하늘이 깜깜해지면서 폭우가 쏟아지기도 합니다. 난폭 운전을 하는 차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화가 납니다. 그렇다고 포기하시겠습니까? 그럴 수는 없습니다. 휴게소에 들러 눈을 붙이고, 차 한 잔 마시고, 다시 가는 겁니다. 지금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하늘이 깜깜해지고 폭우가 쏟아지는 때입니다. 그러나 멈출 수 없습니다. 주님의 휴게소에서 재충전하고, 이제 심호흡을 하면서 다시 출발해야 합니다. 성도 여러분, 9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