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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 다시 쓰는 이력서

작성일 : 2021-07-29 16:30

 

모세의 이력서
2018년 2월 18일, 김운성 위임목사님이 처음 영락교회에 부임하실 때의 설교를 지금도 기억합니다. 설교 후반부에 등장한 모세 이야기는 저에게 공포와 전율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모세의 이력서가 쓰레기통으로 던져졌다고?”


목사님의 표현에 충격을 받았다기보다는 자신의 의로 가득 찬 모세의 이력서가 저의 이력서처럼 느껴졌습니다. 하나님께서 저의 이력서를 쓰레기통에 던지신 것만 같았습니다. 그날, 주일 사역을 마치고 학교 기숙사로 돌아온 저는 혼자 방구석에 앉아 ‘젊은 날의 모세와 같은 우를 범하지 말아야겠다’라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다짐은 기숙사 방안의 작은 형광등처럼 점점 희미해져 갔습니다.

 


영락에서의 전임 사역
영락교회 중등부에서의 사역을 마무리하고 안양·수원 17교구에서 전임 사역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한경직 목사님의 유훈이 살아 숨쉬는 영락교회에서 사역을 시작하게 하신 것도 감사했고 훌륭한 목사님들 밑에서 전임 사역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도 감개무량했습니다. 실제로도 날이 갈수록 감사한 마음이 더해갔습니다. 훌륭한 교구 목사님에게 목회의 기본을 배울 수 있어서 감사했고 성숙한 성도님들과 함께 신앙생활을 하며 목회하는 나날로 감격의 시간이 더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문득 제 마음속에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나 정도면 괜찮지 않아?”


그 옛날, 다윗 왕에게 찾아갔던 영이 저에게도 찾아온 것이었을까요? 풍족함, 부요함을 넘은 교만함이 마음에 노크하더니 저도 모르게 마음속 깊숙한 방 한편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떨기나무의 은혜
영락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충만했던 나날이었습니다. 어느덧 교만한 마음이 저도 모르게 제 마음을 잠식했고 그렇게 새로운 한 해를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제 모습을 하나님께서 딱하게 여기셨던 것일까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재난이 전 세계를 덮친 사건으로 하나님의 실존 앞에 다시 서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2018년 2월 18일, 그날의 예배당에서 만났던 하나님 앞에 다시 서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 이력서를 다시 써도 될까요?”


하나님이 불러주시지 않으면, 장을 허락하지 않으면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였던 것입니다. 농부가 밭이 있어야 씨앗을 뿌릴 수 있듯이 하나님께서 밭을 주시지 않으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임을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영원한 행복, 승리의 약속!
영원한 기쁨과 즐거움이 있는 영락 뜰에서의 사역을 갈무리할 시간이 어느새 저에게도 찾아왔습니다. 5년 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혔습니다.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은혜를 입었습니다. 모세가 하나님의 산 호렙의 거룩한 불꽃 가운데서 하나님을 만났던 것처럼, 저 또한 영락의 뜰에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은혜와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다시 쓰는 이력서로 두 번째 출사표를 던지고자 합니다. 영원한 행복이 있는 교회, 아름다운 영락교회를 늘 마음에 품고 새로운 교회를 그리려 합니다. 시작은 작고 미천하지만, 예수님과 함께하는 그곳에는 영원한 행복이 있으며, 하나님이 약속하시고 허락하신 승리가 있을 줄 믿습니다.

 


최정규 전도사 _ 안양·수원교구, 예배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