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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 기도와 감사로 걸었던 770km 해파랑길

작성일 : 2021-07-29 13:46 수정일 : 2021-07-2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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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성찰의 길 산티아고 순례길이 800km이며 약 30일에서 40일 기간을 예정하고 걷는다고 한다. 순례길을 걷고 남는 것이 무엇이며, 어떠한 생각으로 다시 삶의 자리로 돌아오는지 가끔 동경하며 여러 날에 걸쳐 오랫동안 걷는 것을 경험하고 싶었다. 하지만 스페인어가 되지 않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남편이 건강 문제로 은퇴를 결심하고는 해파랑길을 같이 걸 어보자고 제안했다.

해파랑길은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 소리를 벗 삼아 함께 걷는 길’이라는 뜻이다.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이르는 동해안의 해변길, 숲길, 마을길 등을 잇는 770Km의 장거리 걷기 여행길이다. 부산광역시와 경남, 경북, 강원도에 걸쳐 10개 구간, 50개 코스로 이루어져 있으며, 2010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으로 사단법인 <한국의 길과 문화>와 각 지자체 및 지역 단체가 뜻을 모아 조성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산티아고 : 해파랑길
남편의 제안을 듣고는 해파랑길이 우리나라 산티아고 길이라는 생각이 들어 최소한의 가벼운 짐으로 배낭을 꾸렸다. 서울역에서 2021년 5월 11일 오후 5시 출발 KTX 부산행 티켓을 구입하고, 1코스 시발점인 오륙도를 향해 출발했다.


부산에 도착해 늦은 시각 한산한 버스를 타고 오륙도 종점에 우리 부부만 남았다. 기사님께서 이 시간에 오륙도는 어쩐 일이냐? 초행길이냐? 물으셔서 그렇다고 하니까 거기에는 숙소도 없고 위험하니 다시 돌아가라고 했다. 용호동 사거리에서 우리를 내려 주시고 숙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날 오륙도에서 미포항까지 1코스를 걷기 시작했다. 봄날의 싱그러운 초록과 갖가지 색의 꽃들과 탁 트인 바다와 파도 소리가 우리를 들뜨게 했고, 감탄의 소리를 내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해파랑길 안내 표시를 잘못 인식해서 1코스의 실제 거리 17.8km를 상당히 초과해서 30km를 걸었다.


심장 스텐트 시술을 한 남편은 코스가 거듭되면서 어지러움을 호소했고, 발바닥에 물집도 생기기 시작했다. 힘들 때는 숙소에 들어가서 쉬어가며, 다시 일어나 절뚝거리면서 하루 이틀 걷다 보면 회복되었다. 발바닥에 생긴 물집이 화끈거리고 아프다고 하면 남편이 군대에서 배운 지식이라고 터뜨려 주었다. 물집은 계속 생겨서 아프고, 힘들고 지쳐서 멋진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쉬고만 싶어 숙소를 찾았으나 숙소 찾기도 힘들었다. 허기가 져서 식사해야 하지만 식당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때 불현듯 우리가 쉬고 거할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하며, 먹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해야 할 일상인지 깨달았다. 골라먹는 것이 교만의 일종이구나 스스로 생각하며 회개와 감사 기도를 드렸다.


오뉴월 그늘도 없는 해파랑 바닷길을 한낮의 태양이 뜨거워 새벽에 일어나 걷기도 했다. 강원도 마지막 구간은 북한과 가까울수록 철조망으로 해안을 막고 있어서 콘크리트 도로 길을 걸어야만 했었다.

 


금강산이 보이는 마지막 코스
마지막 코스인 통일전망대는 통일안보공원에서 신분증을 제시해야 출입을 허락했고, 도보는 허용하지 않아 차로 이동해 제진역에서 군인 검문소를 통과했다. 전망대에 오르니 금강산이 눈앞에 있다. 한쪽에는 교회가 있었고, 다른 반대쪽은 불상이 있었다. ‘통일을 위해서 기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일반 사람들도 아는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교회 앞에 서서 두 손 모아 기도했다. 한민족이면서 두 나라로 대치하며 사는 이 땅을 불쌍히 여겨 주시고 자비를 베풀어 주셔서, 하나로 통일되어 끊어진 철도가 연결되고, 열차로 한반도를 넘어 유라시아대륙을 달리는 우리의 소망을 이뤄주소서.


해파랑길을 걷는 중에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며 ‘이제는 우리에게 쉼을 주시는구나’ 생각했다. 1998년 IMF 당시 남편의 회사 부도로 처참하게 무너진 생활 속에서 남편은 아침에 나가 자정이 넘게 정신없이 달렸다. 나는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두 가지 일을 병행하면서도, 교통비만 있으면 교회로 달려와 빚진 자로 살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실에서 울며 주님께 매달렸었다.

 


기도하며 걸었던 은혜로운 해파랑길
해파랑길은 하나님의 창조와 섭리의 질서를 깨닫는 길이었다. 아울러 남편의 깊은 영성을 위해, 자녀들의 구원 확신을 위해, 우리 교회 고등부 학생들의 영적 강건함을 위해 기도하는 등 얽혀있는 기도 제목들을 걸으면서 하나하나 하나님께 아뢸 수 있는 은혜로운 시간이었다. 걷고 싶은 나를 위해 때로는 어지러워하면서도 동행해 준 남편이 고마웠다. 걸으면서 남편의 건강도 회복되었다. 남편이 해파랑길 완주 후 무엇이 남느냐고 물었다.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건강과 겸손”이라고. 해파랑길을 걸을 수 있게 허락하신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김송향 권사
강서·구로·양천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