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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 언어 능력이 수학개념 발달에 큰 영향

작성일 : 2021-06-30 14:51

 

[ 영·유아와 초등생 자녀를 위한 탐색 ]


신생아도 수학적 능력이 있다
요즘 젊은 부부들은 임신하면 태내 아기의 ‘태명’을 짓고, 아기의 태명을 부르며 동화책을 읽어주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됩니다. 태내 아기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이 언어교육의 시작이라면 언어 못지않게 중요한 수학교육은 언제부터 하는 게 좋을까요?


20세기 서구 현대교육에 큰 영향을 끼친 스위스 인지발달심리학자 피아제(Piaget, 1896∼1980)는 영아는 만 2세를 전후하여 표상이 형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인지구조가 발달해야 내적인 사고가 가능하므로, 수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단계에서 단순히 입으로만 세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더하기와 빼기와 같이 논리적 조작이 필요한 연산은 유아기에 도입해서는 안 되고 초등학교 입학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피아제의 이러한 이론에 맞서는 연구 결과가 1980년대부터 발표되었습니다.


1980년 스타키와 쿠퍼는 4∼5개월 된 영아가 물체 2개와 3개를 구별한다는 것을 실험으로 입증했습니다. 뒤이어 엔텔과 키팅은 신생아 대상 실험에서 역시 2개와 3개를 구별함을 보였습니다. 결국, 인간이 수량을 구별하는 능력은 선천적 능력임이 판명된 것이지요. 2000년대 초에는 돌이 지난 영아를 대상으로 더욱 정교한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12∼14개월 된 영아는 ‘많음과 적음, 같음과 다름’의 관계를 인식할 수 있고, 1살 반에서 2살 정도의 영아는 3∼4개의 수량 관계를 인식하는 능력을 지녔음이 발표되었습니다.

 


유아기의 수 세기 능력은 자녀의 수학 성적으로 연결된다
국내 유아교육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영아들은 2세가 되면 고유 수단어를 ‘하나, 둘, 셋, 넷’까지 센다고 합니다. 아기들을 키울 때 대부분 보게 되는 현상이지요. 아이에게 “몇 살” 하고 물으면 고사리 같은 손가락을 펼치면서 “세 살”이라고 답하는 시기이지요. 3∼4세경에는 열까지, 5세경에는 스물까지 셀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자(漢字)의 수단어는 2세에 1을, 3∼4세에 10∼14까지, 5세경에는 49까지 센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유아들의 경우 하나, 둘, 셋과 같은 고유 수단어와 일(1), 이(2), 삼(3)과 같은 한자 수단어를 익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피아제는 유아의 무의미한 수 세기는 단순한 수의 나열이지 수의 개념과는 무관하다고 했으나 최근 주장되는 학설은 유아기의 수 세기 능력은 향후 수학능력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토대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영아기를 지나 유아가 되면 수학 개념이 발달하는데 이 시기는 언어능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수학 개념의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크다, 작다, 무겁다, 가볍다, 많다, 적다, 빠르다, 느리다, 같다, 짧다” 등이지요. 수세기 능력은 물론이고 수학적 개념의 발달은 언어능력과 밀접한 관련을 맺습니다.

 


정서지능 ⇒ 공간지능 ⇒ 언어지능의 순으로 발달
뇌 연구 학자들 보고에 따르면, 2∼4세 유아들은 정서지능이 매우 활발하게 발달합니다. 5∼8세 경에는 언어를 담당하는 ‘좌뇌’와 공간을 주관하는 ‘우뇌’로 분화하는데, 우뇌는 4세부터 좌뇌는 7세부터 빠르게 성장한다고 합니다. 정서적인 뇌가 먼저 발달하고, 언어능력과 수학적 능력이 그 후에 발달한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영·유아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는 자녀의 우뇌에 이미지가 많이 저장되도록 유모차를 태우거나 함께 손을 잡고 산책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아기에 겪게 되는 불안과 두려움의 정서는 인지발달을 저해하고, 즐거움과 기쁨, 행복감은 창의성을 증진하고 지능발달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으면서 동시에 학문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입니다. 엄마와 아빠, 할머니와 할아버지, 선생님과 친구 등 많은 인적 네트워크 속에서 즐겁게 관계를 맺으며 성장해야 유아와 초등생의 지능이 정서와 더불어 발달하게 됩니다. 신체활동을 통한 신나는 놀이, 풍부한 시각적 이미지와 스토리가 있는 미술활동, 다양한 멜로디가 어우러지는 음악 등과 함께하는 수학교육이 효과적임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우리는 수학을 ‘정답이 하나’인 과목으로 생각하지만, 미국과 영국에서는 수학도 ‘정답이 없는 과목’으로 인식합니다. 수학 시험도 정확성보다는 창의성을 더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교육선진국들의 다양한 수학교육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스토리텔링으로 사고력을 높이는 미국
미국 초등생의 수학 교과서는 스토리텔링이 주류를 이룹니다. 쇼핑, 여행, 취미활동 등 일상의 이야기들을 문단으로 제시하고 그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죠. 사고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미국은 초등 3년까지는 읽기를 강조하므로 수학은 상대적으로 쉽고, 초등 4년부터는 계산기를 사용합니다. 우리나라는 스토리텔링을 초등 수학 교과서에 도입했다가 문해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이중고(二重苦)를 준다고 교육과정이 바뀐 전례가 있지요.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하는 수학’을 강조하는 영국
영국은 유치원과 초등 2년까지 숫자와 덧셈, 뺄셈, 도형을 주로 배웁니다. 특히 도형은 바깥놀이를 하면서 비슷한 형태의 사물을 찾으며 스스로 움직이고 답을 찾는 과정을 훈련합니다. 초등 3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수학을 배우지만 연산연습이나 공식암기를 강요하지 않으며 게임을 활용한 수업이 다양하게 이루어집니다. 일부에서는 연산능력 부족에 대한 우려도 있으나 대부분의 영국인은 ‘생각하는 수학’이 궁극적으로 더 도움이 된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정답보다 과정을 중요시하는 독일
독일의 수학교육은 쉽게 계산하는 요령이나 구구단을 외우게 하는 법이 없다고 합니다. 아이들의 머릿속에 자신만의 방법이 자리 잡을 때까지 기다려주다가 마지막에 간편한 법을 설명해줍니다. 자신의 계산법을 찾게 하는 것이지요. 100% 주관식 시험문제를 채점할 때 교사는 정답보다 풀이 과정을 중요시합니다. 이러한 수학교육 방법에 대한 독일 학부모들의 신뢰는 강하다고 합니다.

 


실험과 놀이로 흥미롭게 공부하는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흥미를 키워야 수학 실력이 좋아진다’라는 믿음이 확고합니다. 주입식이 아니라 수학 수업에 시각적인 자료를 사용하고 실험과 놀이가 병행되기도 합니다. 가령, 비율을 배울 때는 레몬 원액에 물을 희석하면서 레몬주스를 만들어보니까 학생들은 흥미롭게 개념을 익히고 자신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학교와 학부모 모두 수학 공식의 암기를 강요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단지 흥미를 잃지 않도록 격려하는데 힘쓰는 것이 우리와 대조적입니다.


교육선진국들의 수학교육에 대한 가치 추구와 수업방식이 이처럼 다양한 것은 역사 속에서 체득한 민족성과 집단 무의식이 각기 다르게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국민성과 사회, 문화적 상황에 맞는 새로운 수학교육 방법을 모색하면서 미래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개혁해가야겠지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의 다음세대가 하나님과 이웃 앞에서 멋지게 성장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계영희 집사
안양·수원교구
고신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