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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 너무도 달라진 사회, 구역 섬김도 새 전략 필요

작성일 : 2021-06-30 13:53 수정일 : 2021-07-01 15:05

 

20년도 넘은 이야기이다. 좀 젊은 사람이 구역장을 해보라는 강권에 밀려 멋모르고 구역장을 맡게 되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할까 덜컥 맡아 놓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얼마나 진땀을 흘렸는지 모른다. 그때는 한 달에 한 번 날을 정해서 구역장과 권사, 집사 3명이(그분들보다 한참이나 어린 나를 구역장이라고 섬겨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만남』을 들고 가가호호 가정을 방문하여 예배드리며 그간의 사정들을 나누었다. 우리 구역에는 장기 환자가 있어 병원으로 매주 심방을 했다. 자연히 각 가정의 기도 제목이 무엇이며 어떤 일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사정을 모를 수가 없게 된다. 어떤 구역 식구는 현관문으로 빼꼼 손만 내밀어 『만남』을 받는 경우도 있었는데, 어이가 없기도 하고 내가 무슨 외판원도 아닌데 하며 섭섭하기도 했지만, 그 구역 식구가 지금은 아주 열심히 교회를 섬기고 있다. 요즘이라면 문도 안 열어줬을 텐데 싶어 웃음이 난다. 돌이켜 보면 그 시간이 내게 무척 유익한 시간이었음을 고백한다.


또 한 달에 한 번 각 가정에서 돌아가며 예배를 드린 후에 그 집에서 준비한 점심을 함께하며 담소를 나누곤 했다. 대부분의 구역원이 다 모였으니 서로 잘 알게 되어 동네에서나 교회에서 마주치면 동기간을 만난 듯 반가워했다. 그러다 다른 구역으로 이사 가신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교회 마당에서 당시의 구역식구를 만나면 나이가 많이 드신 할머니 권사님들이 어리숙해서 제대로 구역장 일을 감당하지 못한 내게 ‘우리 구역장님’ 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다시 몇 해 전 지금 사는 곳의 구역장을 맡게 되었다.


그때의 구역과 지금의 구역은 많은 것이 달라졌음을 알게 되었다.


첫째로 가정을 개방하지 않는 추세가 강하다. 구역예배를 위해 내 집이 아닌 다른 집에 가는 것도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집들이도 집에서 하지 않고 집 근처 식당에서 하는 등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작용하는 것 같다.


둘째로 요즘은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직업을 가지고 있고 어느 정도 나이 드신 분들도 일을 새로 시작하신 분들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가정 방문을 하는 것이 힘들다. 그리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구역이나 여전도회 등에 소속되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셋째로 예전처럼 유대감이 강하지 않기에 자신을 드러내는데 소극적이고 다른 사람 일에도 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러니 기도 제목을 나눈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다. 교회는 다니지만, 익명성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심방을 받으시겠느냐고 하면 받겠다는 가정이 50%를 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심방이 무엇인가요? 하고 되묻는다. 우리가 사용하는 교회 용어가 젊은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넷째로 이사를 해도 이사 간 구역으로 이전하지 않거나 자녀가 결혼하여 다른 교회에 출석하더라도 교적을 정리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관리하기가 힘들다. 구역 이전을 하지 않는 이유를 물으면 이 교구에 오래 있었고 새로운 교구는 교회를 옮기는 것처럼 낯설다는 말을 많이 한다. 나도 이사하고 교구를 옮겨 보아서 그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님을 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은 더욱 힘들어지고, 구역원들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어떤 변화가 있는지, 속사정을 알기가 어렵다. 구역 전체가 모이기 힘들다 보니 같은 구역이어도 서로 얼굴을 모르는 게 다반사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구역장이 맞나? 어떻게, 무엇에 열심을 내야 하지? 하고 반문할 때가 있다. 새 구역원이 와서 전화하면 모르는 번호는 안 받는 경우도 많기에 반드시 문자를 남기고 전화하는데 그 전화도 상당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어느 구역원은 다른 곳으로 이사하고서도 알려주지 않아서 당황하기도 했다. 물론 모든 구역원이 그러는 것은 아니다.


20년 전 유대감이 끈끈했던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러나 세상의 환경과 의식이 많이 달라졌고 그 달라진 것에 대응하지 못하면 구역의 제도는 유명무실하게 남을 것이다. 지금도 예전과 같은 그런 모임과 유대를 유지하고 있는 구역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겪고 있는 이런 문제가 비단 나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


구역장이 방문하고 자주 연락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알고 싶다. 다행히 교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말씀대로365>가 매개체가 되어 매일 구역원 들에게 문자로 전하고 있다. SNS, 온라인, 모바일 등 기기에 익숙하고 개인적인 영역에서 젊은 세대에 맞는 접근방법과 소통이 있어야 할 것이다. 말씀에 갈급함이 있는 구역원의 신앙성장을 위해 구역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이러한 진지한 고민을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다.

 

 

 

 

 

 


이성숙 권사
서초교구 30구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