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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 “하나님 감사합니다” 말씀하며 떠나신 어머니

작성일 : 2021-06-30 12:12 수정일 : 2021-06-30 12:30

 

어머니가 소천하실 무렵쯤 아픔 속에서도 묵묵히 기도하시던 모습은 마지막을 순리대로 기다리는 ‘평안’이었습니다. 바싹바싹 말라 흩어지는 생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거의 가실 때를 직감하셨나 봅니다. 마지막 날 하루 전, 이미 어머니는 하늘나라에 계신 듯했습니다. 그날 병원에서 연락이 왔는데 너무 기력이 없으셔서 영양제를 한 번 더 투여하겠다고 했습니다. 영양제가 무슨 필요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렇게 하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병원에 갔더니 이미 어머니 몸은 퉁퉁 부었습니다. 마지막 고비였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생명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막연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날 밤 어머니는 소천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열두 명 우리 형제를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의사, 검사, 변호사, 교수로 키우셨습니다. 어머니는 길에서 넘어지시면서 고관절이 부려져 고생하시다가 2013년 돌아가셨는데, 깊은 병중에도 자기 관리가 엄격하신 분이란 걸 또 한 번 느꼈습니다.


문득 정신이 있다가 없으신 것 같은데도 정갈한 모습 보이시려 머리를 쓸어 넘기시고 얼굴을 매만 지시거나 가끔 먼 곳을 바라보는 눈동자에는 흐뭇한 미소를 머금으셨습니다. 그 미소 속에 “하나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하는 말씀을 저에게만 들리도록 나직이 되뇌셨습니다. 어머니 얼굴에는 후회나 미련이나 애처로움은 없으시고, 평온함과 잔잔한 모습이 가득하게 피어올랐습니다.


어머니는 3개월의 요양 기간 말고는 자식에게 의지하는 일을 마다하셨습니다. 불만이나 후회나 아쉬움도 끼어들지 못하도록 숭고하기까지 한 고집스러운 홀로 살기를 온몸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어머니는 겨울에 찾아가면 따뜻하고 여름에 찾아가면 시원한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오늘따라 어머니가 보고 싶어 모신 곳을 찾아가서 어머니와 한참 동안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너희들 키울 때가 제일 좋았다. 복닥거리며 살 때가 좋았다. 옛날에는 추워서 감기를 달고 살았지. 지금 세상은 얼마나 좋으냐? 즐겁게 살아라. 건강 잘 챙겨라.’ 살아계실 때처럼 마음에 전해 옵니다. 어머니를 위한 간곡한 기도를 드리고 차마 발걸음 선뜻 내딛지 못했습니다.


쉬고 싶을 때 어머니 곁을 다녀오면, 마음을 편안하게 바꿔주는 꽃씨 같은 작은 행복이 채워집니다. 나도 어머니처럼 살다 가자, 자식에게 의지하지 말고. 오래 아프지 말고 눈 감는 날까지 정갈하게 살다 가자고 다짐했습니다.

 

 

 

 

 

 


나선환 장로
관악·동작·금천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