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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 누나 때문이야. 책임져!

작성일 : 2021-06-01 08:58

 

내가 어릴 적 우리 집 공식 종교는 불교였다. 부모님께서는 대학생이 되면 종교의 자유를 주시겠다고 약속하셨고, 잠언 말씀을 의지하여 공부하던 나는 대학교 합격 소식을 듣자마자 국민학교 5학년 때 나에게 복음을 전한 친구와 영락교회 대학부에 등록했다. 소망하던 서울대학교에 합격한 것도 좋았지만 믿음의 자유를 얻었다는 감격으로 온 세상을 얻은 듯이 뿌듯했다.


우리 집은 일 년에 제사를 무려 13번(!) 지냈으며, 어머니는 매일 밤 부엌 조리대 위에 물을 떠놓고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하며 열심히 불공을 드리셨다. 그러다가 내가 공식적으로 허락을 받아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자 불공과 기도의 결합(?)이 시작됐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하시다 제일 끝에 “아~~멘”으로 마무리를 하셨다. 우리 가족 모두 완전 코미디라고 웃었지만,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교육을 받은 어머니에게는 사랑하는 딸이 믿는 예수님께도 기도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고, 나름 진지하셨다.


가족들은 가끔 “네가 기도하면 뭔가 잘 되는 것 같아”라면서 신기해하기도 하고, 내가 피곤하다고 늘 낑낑거리면서도 주일에 쉬지 않고 교회에 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별종 취급을 하면서도 교회에 다니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대학 1학년 여름방학 때 대학부 선배, 동기들과 함께 수유리에 있는 영락기도원으로 수련회를 갔다. 고린도후서 5장 17절 말씀,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라는 말씀이 수련회의 주제였다. 그런데 그날 밤 혼자 울며 기도하던 우리 조 친구 중 한 명이 방언 은사를 받았다. 우리는 모두 부러운 마음에 각자 방언의 은사를 달라고 떼쓰듯 뜨겁게 기도하기 시작했다.


“아! 바람처럼 성령이 휘감고 있다고 믿는 자에게 주시는 선물! 내 안의 성령이 말씀하심을 따라하는 기도! 아버지! 저도 하고 싶어요!!” 밤새 뜨겁게 기도했지만, 방언을 선물로 받지 못했다. 리더인 선배님에게 어떻게 방언을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선배는 방언 은사뿐만이 아니라 모든 은사는 주시는 분이 필요한 자에게 필요한 때에 은혜로, 선물로 주시는 것이지 떼를 쓴다고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한 계단 한 계단 감사하며 꾸준하게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날 방언을 받은 친구의 경우는 영락 고등부에서 대학부로 올라온 친구였는데 대학 진학에 실패하여 재수를 하고 있었다. ‘그랬구나. 그 마음이 얼마나 힘들고 불안했을까?’ 친구에게 방언을 선물로 주신 긍휼하신 하나님께서 나를 믿음의 자리에 불러 주셨다는 그 자체에 감사하며 수련회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교회를 다니며 처음으로 우리 집안을 위해 말씀을 붙잡고 기도했다. 그 중 특히 사도행전 16장 31절 말씀, ‘이르되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는 말씀을 놓고 기도하였다. 믿음이 연약한 나는 때때로 우리 집안이 믿음의 가정이 되길 바라는 이 기도가 이루어지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하지만 신실하신 하나님은 우리 가정 믿음의 첫 열매인 나의 기도를 이루어 주셨다. 소천하신 아버님과 언니, 몇 년 전부터 매일 전화로 나와 함께 저녁 예배를 드리는 40여 년 전 “나무아미타불…아멘” 하시던 어머니, 타지에서 믿음 생활하는 큰 동생, 그리고 변호사를 하다가 뒤늦게 목사 안수를 받은 막내 동생.


40여 년이 지난 현재, 나는 영락교회와 더불어 막내 동생이 3년 전 개척한 작은 교회도 딸의 가정과 함께 섬기고 있다. 동생이 목사 안수를 받던 날 꽃다발과 함께 축하 인사를 건네자 “누나 때문이야. 책임져!”라고 귀에 속삭이며 웃던 일이 생각난다. 우리 가정에 기적이 일상이 되도록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남윤자 집사
강남교구
기독출판 바인일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