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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 가족의 울타리를 넓히는 행복한 선택, 입양

작성일 : 2021-05-06 16:27 수정일 : 2021-05-06 16:41

 

저희 부부는 결혼 후 두 딸을 낳았습니다. 자식이 둘이나 있으니 충분하다는 저와 달리 남편은 아이가 더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더군요. 그러면서 입양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또 아이를 갖자는 말은 단칼에 싫다고 했는데, 입양하자는 말을 듣고는 마음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저는 하나님이 얼마나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이 많으신지, 얼마나 그들 편이 되어주시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또 아이는 보호시설이 아닌 가족 품에서 지내야 한다고 생각해왔고요. 그러니 입양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꼭 필요한 일이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그 일을 내가 해야 하는 건 다른 문제였어요. 저에게는 하지 않아도 되는 혹은 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차고도 넘쳤습니다. 난감했어요. 안 해야 하는데 안 할 수는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 (마시기 싫은) 잔을 내게서 거두어 달라’고 기도했어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2004년에 미혼모의 아이로 태어난 한 아기가 우리 집 막내딸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기도의 힘이겠지요? 그 아이가 올해 18살이 되었습니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우리 가족은 입양에 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입양을 소재로 한 동화책을 함께 읽으면서 이야기했고, 아이가 낳아준 엄마에 대해 궁금해하면 아는 범위 안에서 쉽고, 정직하게 알려주었습니다. 우리 가족을 비롯한 공개입양(입양아 당사자에게 입양 사실을 알리는 형태) 가족들에게 입양은 그저 일상일 뿐입니다.


저는 공개입양가족 자조모임에서 지역대표로 10년간 봉사했고, 입양에 대해 알리고 교육하는 강사로도 왕성하게 활동했습니다. 제 아이가 살아가기에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었던 어미로서 지닌 책임감이었어요. 이런 경험에서 얻은 정보와 통찰을 모아 2018년에 『너라는 우주를 만나 (IVP)』라는 책을 출간했어요. 이 책을 읽고 입양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답니다. 이 글을 쓰기 직전에도 제 책을 읽고 입양에 대해 기도하기 시작했다는 한 어머니와 통화를 했어요. 참 감사하더라고요. 제가 아이를 돌보는 동안 하나님은 저를 키우셨습니다.


지난 5년의 통계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에는 매년 4,000명 넘는 보호대상아동이 발생했습니다. 한 해에 1만 명이던 때도 있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부모 품을 떠난 아이들의 70% 이상은 보육원이라는 시설에서 삽니다. 보육원에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지 저는 입양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국내외 가정으로 입양되는 아이는 100명당 2~3명 정도에 불과해요. 그나마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나이가 되면 아이들은 그곳에서 나와야 합니다. 정부에서 쥐여주는 얼마 안 되는 지원금을 받아들고서요.


저희 막내딸을 비롯한 모든 입양아가 자기를 낳아 준 부모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고 지금 보육원에서 지내는 아이들에게도 그럴 가능성은 적을 것입니다. 오지 않는 부모를 하염없이 기다리면서 아이가 보호시설에서 지내는 것, 저는 그것에는 동의할 수가 없어요. 시설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곳에도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살피는 어른들이 계시죠. 그러나 시설보다는 가정이 아이에게 나은 환경이라는 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입니다. 아동은 가정에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라야 한다고, 전 세계 어른들이 <아동권리헌장>까지 만들어 약속했거든요.


아이를 사랑하는 어른들이 가족의 품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입양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회만 닿으면 지인들에게 입양과 관련한 현실의 아픔과 고통을 알렸고, 그 결과 친정 언니와 친구, 선후배 등 주변 사람들이 입양했습니다. 입양하려는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자랑하려고 입양을 결정하거나 아이와 잠깐 놀아주려고 입양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 아이의 평생을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까다로운 입양 절차도 감당합니다. 아기를 낳은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어떻게 하면 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고민하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모든 아이가 하나님의 자녀라고 고백합니다. 모름지기 부모는 아이가 건강한 성인이 될 때까지 잘 양육할 사명을 부여받은 청지기들이지요. 입양은 다른 사람이 낳은 아이를 법적으로 내 자식이 되게 하는 과정이므로, 입양 부모는 남의 자식을 키우는 것이 아닙니다. 넓게 보자면, 내가 낳은 아이나 입양한 아이나 결국은 내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누구나 하나님이 새겨놓으신 자기만의 개성을 지니고 세상에 옵니다. 부모란 그저 하나님의 아이들을 위탁받은 ‘무익한 종(누가복음 17:10)’일 뿐입니다. 아이를 지켜주는 부모의 울타리 안에서 아이가 안전하고 자유롭게 성장하다가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가는게 가족의 원리 아닐까요. 입양은 그런 가족이 되는, 출산과는 다른 방법일 뿐입니다.


저희 막내가 10살 때 ‘우리 가족’이라는 글에 이런 문장을 남겼습니다. “나는 지금의 우리 가족과 죽을 때까지 가족으로 함께 살 거다. 가족은 즐거운 시간을 많이 보내고 추억을 나누는 것이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여러분도 한 아이에게 이런 가족이 되어주시면 참 좋겠습니다.

 

 

 



김경아 작가
<진로와 소명 연구소>
성교육 팀장
『너라는 우주를 만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