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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 기쁨의 붓과 소망의 팔레트로 그려낸 그림

작성일 : 2021-05-06 15:06 수정일 : 2021-05-0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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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 구절을 그림으로 그리는 기독화가 이호연 ]

미술사에서 성경 속 이야기를 그린 화가들은 많이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에서 피카소에 이르기까지 성경 속 이야기는 세월과 함께 흘러흘러 우리에게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 왔다. 성경 속 이야기를 화폭에 담아낸다는 점에서 기독화가 이호연(39·사진)도 그러한 작가군에 속한다고 할수 있지만, 이 화백의 작품은 어딘가 결을 달리한다.

그림 속에 펼쳐진 우리 시대 예수님 이야기
그는 아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옮긴 듯 투명하고 순수하게 성경의 이야기를 바라본다. 캔버스에 담긴 그림들마다 마치 어린아이의 그림일기처럼 작은 이야기들이 촘촘히 숨겨져 있다. 우리를 둘러싼 일상의 바탕 위에 성경 속 그리스도의 행적을 얹어 새로운 이야기를 창출해낸다.


그의 그림 속에서 예수님은 우리가 사는 동네에, 자동차들이 지나가는 대로(大路) 한가운데, 혹은 야구장이나 결혼식장 뷔페에 등장하는 모습이다. 마리아의 수태를 알리는 하늘의 별을 보고 찾아 온 동방박사들은 낙타가 아니라 헬멧을 쓰고 스쿠터를 타고 가는 배달부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성경이 우리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작품 안에 현대식 빌딩이나 카페의 모습 등을 넣는다. 그의 이러한 작품들은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지한 사색의 기회를 준다.


이호연의 그림은 따뜻하다. 그림의 테마가 성경 속 이야기여서만이 아니라 색감과 형태를 정교하면서도 차분하게 구성해가는 그만의 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호연 화백의 작품들은 점묘법(點描法)으로 모자이크처럼 여러 색을 붙여내는 것이 특징이다. 사람 얼굴은 물론 바탕도 붓으로 한점 한 점 찍어내며 포근한 느낌을 주고자 밝고 따뜻한 색감을 주로 사용함으로써 성경 속 예수님의 고난의 행적, 기적의 행적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그만의 터치로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림 전체로 퍼지는 따뜻한 색조의 파장이 우리가 사는 이곳에 내려오신 예수님과의 만남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림 속에 담긴 예수님의 따사로움
1982년 서울의 기독교 집안에서 출생한 이호연 화백은 어려서부터 예술과 신앙이 함께하는 분위기에서 자랐다. 미숙아로 태어나 출생 직후 호흡곤란증후군을 앓았고 후유증으로 어눌한 말투를 갖게 됐지만, 그는 부모의 기도와 미술에 대한 집념으로 역경을 이겨냈다. 이호연 화백이 성경 구절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 4년간 미국 ‘더 아트 스튜던트 리그 뉴욕스쿨’에서 유학 중 ‘그림으로 세상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다. 당시 깊은 회의감에 빠져있던 그는 며칠 밤낮 교회를 찾아 기도하다 문득 ‘주님 모습을 그리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 그 후 미술사 속 여러 추상 표현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와 성경 묵상으로부터 얻은 영성을 바탕으로 그만의 독특한 회화 기법을 세워왔다. 이후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호연 화백은 2005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작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렸던 개인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이르기까지 10여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또한, 성경의 이야기와 그림을 엮은 내용의 저서 『예수님, 사랑의 예수님(2015)』, 『예수님, 지금 여기에(2018)』,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2021)』를 펴냈다.


이호연 화백은 언론 인터뷰에 응할 때마다 ‘그림의 선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림을 통해 어지러운 세상에 함께하시는 주님의 따뜻함을 표현하면서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보듬고 싶다는 이 화백의 소망처럼 그의 작품에는 일상을 살아가는 아주 작고 평범한 사람들이 갈망하는 그리스도의 따사로움과 끝없는 사랑이 담겨있다.

 


글 장덕진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