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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 그리운 구역예배

작성일 : 2021-03-29 11:29

 

덜컥 세워진 구역장
2006년 말 구역장을 맡아 달라는 전화를 받고 순종하는 마음으로 “네”하고 구역장으로 덜컥 세워졌습니다. 사실, 저는 뺀질이 구역원이었습니다. 당시 우리 구역은 한 달에 한 번 구역예배를 드리고 있었는데 구역 권찰이었음에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빠지기 일쑤였습니다. 15~17가구가 널리 흩어진 지역인데 우리 집 근처의 4가구에 만남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맡은 바 일을 다 하였다 생각했지요.


2007년이 되자 진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넓은 구역을 운전도 못하는 내가 만남지나 제대로 돌릴 수 있을까? 구역 내에서 그 누구보다 연륜도 신앙의 내공도 부족한 내가 구역원들을 잘 보살필 수 있을까? 구역예배는 어떻게 인도할까?

 


매주 구역예배로 모이다
미국에 사는 시누이와 통화 중에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시누이는 매주 구역예배 요일과 시간을 고정해 두고 모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구역원들 대부분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서 한 달에 한 번 토요일에 구역예배 드리기도 힘들었는데 가능할까? 의문이 들었지만 구역원들과 의논하여 화요일 저녁7시로 요일과 시간을 정했습니다. 제가 늦둥이가 있어 저녁시간에 집을 비울 수가 없어서 장소는 자연스럽게 저희 집으로 정해졌습니다.


매주 월요일 오후에 구역원들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참석 못하는 분들이 더 많았지만 매 주 2~6명의 구역원들이 모여서 구역예배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참석 못하는 분들도 우리와 같은 은혜를 받게 해달라고 모일 때마다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면서 참석 못하는 구역원들에 대해서도 친밀감이 커졌습니다.


구역예배 자체는 단순했습니다. 사도신경으로 신앙고백을 한 목소리로 하고 찬송, 구역장 기도, 말씀 나눔(금요권찰 공부한 내용을 구역장이 나눔), 구역원 중 한 분이 마침기도(구역원들께서 떨린다면서도 은근 기다리는 순서입니다.)로 마치고, 차를 나누며 교제 합니다. 아무 것도 가지고 오지 말라고 누누이 부탁드려도 하나씩 들고 오신 다과가 언제나 한 상 가득입니다. 말씀도 나누고, 삶도 나누고, 푸념도 하고, 음식도 함께 먹고, 기도부탁도 하면서 사도신경의 성도간 교제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새 우리는 안 보면 궁금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개강 예배와 종강 예배 날은 제가 집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준비해서 함께 먹습니다. 종강 예배 때면 매주 만나고 말씀 듣고 하고 싶은데 방학하지 말자고 하십니다.

 


함께 누리는 은혜와 기쁨
10년 동안 몇 번의 유산을 경험하고 새 생명 주시기를 기다리는 젊은 집사님이 아이를 가지게 되어서 눈물 흘리며 다 같이 기뻐한 일도 있었고, 남편의 영혼 구원을 위해 기도하던 집사님의 남편이 23년 만에 교회에 출석하는 기적 같은 소식에 춤을 추며 함께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해에는 구역원 한 분이 특별히 중국 선교사님을 위해 기도하며 구역예배 때마다 각자 천 원씩 헌금을 하자고 하셔서 1년 동안 모아서 선교부에 전달했습니다. 천원 한장 한장이 기도문처럼 생각되었습니다.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인데 천원짜리로 봉투가 두둑한 것을 그대로 전달한 기억이 납니다.

 


달라진 상황에 우리 구역은?
2011~2016년 구역장을 내려 놓았다가 2017년부터 다시 구역장으로 섬기게 되었습니다. 그사이 구역원들 사정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계단을 못내려 올 만큼 몸이 불편하신 분도 계시고, 멀리 이사 간 분도 계시고 스케줄 근무인 직장에 들어간 분도 계십니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매 주 모이는 구역예배가 옛말이 되었습니다. 요즈음은 <말씀대로 365> 묵상 영상을 톡으로 보내 드리는 것과 가끔 전화 심방으로 구역 일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연세가 많아지셔서 혼자서는 교회에 출석 못하시는 분들은 구역예배가 교회와 연결 끈이라 여기시는데… 지금의 상황이 많이 안타깝습니다.

 

교회 출석은 못해도 여전도회비는 항상 내신다는 96세의 최 집사님, 직장생활 하면서도 매일 아침 성경 3장씩 필사하고 출근하던 또다른 최 집사님, 은퇴 후에 계양산 등산하며 만나는 사람에게 전도하던 우리 구역 기도 대장 김 집사님, 앉아있기도 힘드신데 <말씀대로 365> 성경통독 하시다 몸살 나서 누우신 임 집사님, 매일 <말씀대로 365>로 남편과 서로 성경읽기 체크 하신다는 오집사님, 안 읽는 듯 하시면서 말씀 보내 주셔서 고맙다고 뜬금없는 댓글로 감동 주시는 정 성도님, 바쁜 일정 속에서도 오늘 이 말씀 제게 주시는 말씀 같아요라고 고백해 주는 조 성도님, 교회를 떠난 듯 보여 늘 기도 제목인데 매일 듣지는 않아도 듣고는 있어요라고 말해 주는 김 성도님, 집에 눈길도 못들여 놓게 하시다가 이제는 늘 집에 들어오라고 이끄시는 주 집사님, 묵묵히 구역일을 도와 주시는 곽 집사님, 우리 모두 삶의 자리에서 각자 예배 잘 드리고 있다가 어느 화요일 구역예배 함께 드려요.

 

 

 

 

 

 


강혜영 권사
인천교구 37구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