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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 선택과 우연의 연속에서

작성일 : 2021-03-04 17:21 수정일 : 2021-03-04 17:55

 

어떤 분은 “인생은 우연과 선택의 연속”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내가 선택해서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것 같지만, 자신의 능력으로는 알 수 없는 우연들을 마주할 때가 많기 때문에 생긴 말인 것 같습니다. 저도 우연과 선택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삶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느낄 때가 종종 있습니다.


때는 2019년. 저는 신대원 졸업 후 신학석사 과정으로 영성신학을 공부하는 중이었습니다. ‘영성신학’은 신앙생활의 근간이 되는 기도와 영성을 학문적 및 실천적으로 탐구하는 분과입니다. 공부하기는 어려웠지만, 나름의 기쁨과 성취가 있었기에 저에게는 뜻 깊은 과정이었습니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여길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방학을 이용해 관련 세미나나 모임에 참석해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모임과 세미나 하나하나가 저에게는 참으로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그해 여름, 관련 모임이 경기도 광주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모임을 왜 경기도 광주까지 가서 해야 하나’ 생각했습니다. 당시 제게는 너무 멀고, 가는 길이 익숙하지 않은 곳이라 모임에 참석해야할지가 고민되었습니다. 내비게이션으로 검색해보니 1시간 20분이 걸린다기에 저는 안가는 것이 더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같이 공부하던 동료 전도사님이 꼭 가고 싶은 모임이라며 동행을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동료 전도사님은 운전면허도 없고 차도 없었지만 저는 꽤 오래된 연식의 소형차가 있었습니다. 제가 안 가면 그 분도 갈 방법이 쉽지 않았던 상황이라 운전을 담당하기로 마음먹고 참석을 결정했습니다.

 

내비게이션의 안내로 드디어 목적지에 가까이 들어섰을 때 너무나도 험한 산길이어서 매우 당황했습니다. 그때까지 제 차가 승차감이 나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으나, 산길을 운전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그 날 깨달았습니다. 소형차로 구불구불한 산길을 운전하니 운전자인 저도 멀미하는 것 같았습니다. 굽이굽이 돌아서 도달한 산꼭대기에 모임 장소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처음으로 ‘영락수련원’에 도착을 했습니다.


영락수련원의 첫 기억은 ‘맑다’였습니다. 정말 맑은 날씨의 여름에 찾은 영락수련원의 자연과 분위기는 형언할 수 없는 포근함과 함께 상쾌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모임 내용을 기억하지 못해도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그때의 상쾌함은 영락수련원 근처를 산책하면서 더욱 깊어져만 갔습니다. 지금도 영락수련원을 방문하는 분들께 꼭 추천하는 산책로를 그때 처음 걸어봤습니다. 바로 예수님 생애를 묵상할 수 있는 산책로입니다. 여섯 개의 조형물과 한 개의 십자가로 구성된 예수님 생애를 묵상하는 동산은 우리 삶에 들어오신 예수님을 자연 속에서 묵상하며 기도할 수 있게 하는 보물과 같은 산책로입니다. 그 십자가 앞에서 찍은 사진은 저의 SNS 프로필 가장 앞면을 한동안 장식했습니다. 그렇게 모임을 갔다가 영락수련원의 푸르른 풍경 사진만 찍었던 저는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6개월 후, 영락교회에 와서 인천교구와 영락수련원을 섬기는 귀한 사역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불과 6개월 전의 저는 영락교회에 부임하여 영락수련원과 인천교구를 섬기게 될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영락교회를 선택한 제 모습과 6개월 전 우연히 영락수련원을 방문한 제 모습을 보면서 선택과 우연의 뒷면에서 삶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느꼈습니다. 하나님 계획에 관한 놀라움과 하나님께로 향한 강한 이끌림을 느낀 저는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역해야 할지’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사역은 절대 자의적인 선택과 노력으로 주어진 현장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하나님을 향한 충성과 순종을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와 한국의 교회가 힘겨운 시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성도들과의 교제는 커녕 예배드리는 것도 제한된 상황입니다. 영락수련원도 방역에 힘쓰며 여러 사역을 진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오히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놀라운 은혜들도 많았습니다. 공간을 초월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온라인 사역과 제한된 오프라인 사역을 통해 깨달은 것입니다. 평소 수련원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환경에 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사역이 생겼기에 영락수련원에서 진행하는 훈련에 참여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성도님들의 말씀을 들으며, 이전에는 없었던 보람을 깊이 느끼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코로나로 인해 힘든 상황이기에 조심스럽지만, 코로나가 은혜를 받는 계기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우연과 선택의 연속인 우리의 삶 속에서 우리의 생각을 초월해 일하십니다. 우리의 선택에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며, 우연이라고 생각되는 일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으셨음을 깨달아서 모든 일을 감사하며 기쁘게 누리는 3월이 되시길 소망합니다.

 

 

 

 

 


윤형배 전도사
인천교구
영락수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