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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 작은 한 뿌리 내리게 하신 주님

작성일 : 2021-03-04 17:04 수정일 : 2021-03-04 17:17

 

감사의 마음으로 시작
올해로 구역장을 맡은 지 6년째 되어 갑니다. 몇 년 전, 시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교구 성도들이 오셔서 장례예배를 함께 드리고 찬송을 불러주신 것이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그 후 교구 목사님이 ‘구역지도자반’을 권하셔서 수료하고 분당 오리역 근처, 36구역 구역장을 맡았습니다. 구역장이 되기에는 많이 부족했지만 주님의 도우심을 바라며 시작했습니다.


구역예배 첫날, 금요권찰예배의 말씀을 미리 출력해 여러 번 읽어 준비했지만 준비한 말씀을 다 전하지 못했고, 긴장한 나머지 얼굴과 머리가 땀으로 얼룩졌습니다. 예배 후 식사 장소로 이동할 때 구역원들이 예배 때보다 표정이 더 밝고 즐거워 보였습니다. 저는 처음 뵙는 분들이었지만 구역원들은 서로 잘 아셨고, 오랫동안 영락교회를 섬기며 봉사했던 분들로 이제는 은퇴하신 믿음의 선배님들이셨습니다.

 


어디서든 기도
어느 주일, 구역원이신 H집사님이 갑자기 만나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팔십 초반의 집사님은 남편 없이 두 딸을 잘 키워서 출가시키고 이제는 홀로 사셨습니다. 한눈에도 안색이 나빠 보였습니다. 그분은 나지막한 소리로 “구역장님, 제가 어제와 오늘 혈변을 봤어요” 저는 깜짝 놀라면서, “병원에 가셔야죠. 저랑 지금 백병원 가시죠?” 그 분은 고개를 저으면서 “구역장님이 저기, 기도해 주시면…” 눈빛이 간절하셨지만, 주일, 기념관 지하 1층에서 많은 성도님이 오가는 곳에서 아픈 배가 낫게 해달라고 기도할 용기가 선뜻 나지 않았습니다. ‘기도보다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내가 기도한다고 나을까?’ “기도해도 낫지 않으면, 내일 병원에 가야지요…” 저는 집사님의 배에 손을 대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장이 온전해져서, 혈변이 멈추도록 주님께서 고쳐 주옵소서”. 집사님은 “아멘! 아멘!” 하셨고, 기도가 끝난 후, 한층 밝은 얼굴이 되었습니다. 기도는 해드렸지만, 병원에 꼭 가셔서 진찰받으시라고 당부하고 헤어졌습니다. 다음날 연락하니, 그 후로 혈변이 나오지 않았고 배도 안 아프다고 하셨습니다. 구역장님이 기도해주셔서 나았다며 감사하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예수님이 고쳐 주셨다고 말씀드리면서 그래도 병원은 꼭 가보셔야 한다고 권했지만, 집사님은 이후에도 아무 일도 없었고 소화가 잘되었습니다. 주님이 그 집사님의 믿음대로 고치셨습니다. 주님은 제 믿음보다 그 집사님의 믿음을 통해서 구역장으로서 기도에 관한 생각과 태도를 바꾸어 주셨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집사님께 매주 전화로 기도를 해드리게 되어, 운전하다가도 때로는 마트 구석의 기둥 뒤에서도 기도했습니다. 어디서 기도하든 부끄럽지 않게 되었습니다.

 


통로가 되게 하시고
은퇴권사님이신 L권사님은 교구의 찬양대 대장이셨고 구역장이셨으며, 교구 봉사를 많이 하신 분이셨습니다. 찬양 목소리도 고우신 권사님은 구역예배 때, 직접 만드신 맛있는 약식을 나누어 주시거나 맛있는 간식을 챙겨 오시곤 하셨습니다.


그런데 손녀딸의 학업 때문에 같이 살면서 갈등이 생겨 권사님은 하루하루 힘든 날들을 보내게 되신 일을 구역예배에서 말씀하셔서 어린 손녀딸의 구원과 관계 회복을 위해 함께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구역예배에서 그 손녀딸이 권사님 곁에 다소곳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주님께서 저희의 기도에 응답해 주시고 보내주신 것 같아 모두 진심으로 환영했습니다. 그 손녀딸은 그다음 주부터 영락교회에 나오게 되었고 저와 함께 문화선교부에서 봉사하게 되었습니다. 손녀의 모습이 2021년 달력에도 나왔다며 권사님은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교직에 몸담아 계시다가 은퇴한 후 부부만 사시는 가정에서는 항상 구역예배 장소를 기꺼이 내어 주셨습니다. 대접을 아끼지 않는 포근하고 따뜻한 권찰님, 어깨가 아프지만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지내시는 집사님이 함께해서 든든한 36구역이 되어 갔습니다. 그러나 작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구역예배를 드릴 수 없게 되자, 항상 같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딸 나이에 불과한 제게 “우리 구역장님” 하시면서 아껴주시던 구역분들께 『만남』을 전해 드리면서 원하시는 분은 집 앞에서라도 기도해 드렸습니다.

 


쓰임 받는 뿌리로
구역장을 맡으면서 한 분 한 분 자기 고백적인 이야기들과 기도 제목들을 나누면서, 함께 눈물 흘리고, 함께 웃으면서 영락교회 성도가 되어 가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구역분들의 간증과 삶을 나누면서, 저도 그분들이 걸어가신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락교회 성도들은 대부분 모태신앙이며 믿음의 뿌리가 깊은 분들인데 저처럼 중간에 예수 믿은 사람으로서는 감격스러운 경험입니다.


그동안 문화선교부 활동에만 관심을 두었던 저에게 주님은 구역장 일을 통해서 영락교회의 깊은 뿌리 중, 작은 한 뿌리를 내리게 하셨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는 날, 36구역 구역예배를 아주 긴 시간 큰 소리로 찬양과 기도를 주님께 올려드리고 함께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 가고 싶습니다.

 

 

 

 

 

 


유혜정 권사
성남·분당교구 36구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