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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 커피 알고 마시기

작성일 : 2021-03-04 14:55 수정일 : 2021-03-04 15:17

 

커피는 전설에 따르면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남서부, 케파라는 곳에서 어린 목동 칼디가 우연히 발견했다고 한다. 염소와 양들을 데리고 뒷산 먼 언덕길을 올라 이름 모를 열매와 잎을 따먹으며 점심과 간식을 대신하고 해 질 녘까지 놀다 보니, 갑자기 염소들 몇 마리가 날뛴다. 무슨 일인가 달려가 보니 평소 보지 못했던 탐스럽게 열려있는 빨간 열매를 따 먹고 있다. 칼디도 다가가 주저 없이 맛을 본다. 상큼한 단맛이 난다. 숨이 가빠지고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놀란 가슴을 안고 소년 칼디는 녀석들을 데리고 열매를 가지고 어른들이 있는 마을의 중심인 모스크로 달려간다. 피곤함을 덜어주는 커피열매의 효능을 알게 된 마을의 종교 수행자들이 종교수행을 돕는데 사용한다. 이후 커피는 이집트와 예멘을 거쳐 유럽으로 전파된다.


커피는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섭취되는 향정신성 약물이며 그 주성분은 카페인이다. 카페인은 알칼로이드의 일종(질소 원자를 가진 고리모양의 유기 화합물)이다. 커피나무는 열대 식물로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열매 안에 카페인이라는 천연 살충제를 만들어 놓았다. 인간을 제외한 포식자에게는 신경독이지만, 인간에게는 매력만점인 식품인 셈이다


커피분자는 신경전달 물질인 아데노신을 흉내내는데 아데노신은 뇌의 전기적 활동을 감소시키고 다른 신경전달 물질의 방출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아데노신은 우리를 쉬게 해주고 하루에 한 번씩 잠을 오게 해주는 역할을 맡는데, 카페인이 아데노신 수용체에 결합하여 아데노신의 작용을 방해한다. 정신 작동을 중단시키는 물질의 작용을 방해하는 것이다.


카페인은 신경 흥분제로써 많은 용량을 섭취하면 실제로 행동의 변화가 일어나거나, 각성 작용, 가슴 두근거림, 이뇨작용 등 생리 반응을 일으킨다.


커피 중에서도 원두커피에 가장 많은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는데, 보통 원두커피 1잔에는 약 103~112mg, 에스프레소 1잔은 약 200mg의 카페인이 들어있고 한국 사람이 가장 많이 마시는 인스턴트커피, 즉 커피 가루를 2숟가락 정도 넣은 커피 1잔에는 카페인이 약 60mg(커피 가루 1 스푼당 카페인이 30mg), 들어있다. 카페인 제거 커피(Decaffeinated coffee) 1잔에 약 2~5mg의 카페인만 들어있어 카페인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효과적인 음료이다. 카페인의 치사량은 약 10g이지만 이 정도 섭취하려면 단번에 1백 잔 이상을 마셔야 한다.

 


적당량의 커피는 하루에 2~3잔
카페인은 운동기능과 반응시간을 경미하게 상승시키며(아드레날린 분비 촉진), 운동선수의 운동능력을 상승시켜서 더 빨리, 더 오랫동안, 더 씩씩하게 달릴 수 있다. 그래서 한때 IOC에서는 커피를 도핑물질로 규정했다. 커피와 카페인은 다수의 질병과 연관되어 있으나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를 모두 갖고 있다.


긍정적인 효과로는 제2형 당뇨병, 파킨슨병, 알츠하이머치매, 간암, 결장암의 예방을 꼽을 수 있다. 커피의 폴리페놀 성분이 인슐린과 당 대사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어 하루에 3∼4잔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커피를 전혀 안 마시거나 1∼2잔의 커피 음용자에 비해 약 25%의 질병 예방 효과가 있다. 여성에게 더 뚜렷한 효과가 있었다. 커피 한 잔 당 약 6%의 당뇨병 감소 효과가 일어난다고 발표했다.


카페인은 파킨슨병과 치매 예방에서는 더욱 확실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카페인의 한 유도체가 파킨슨병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을 정도이다. 또한 카페인은 두통 증세나 우울증을 완화하는 작용이 있다. 커피에 내재한 항산화물질이 신경 보호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커피를 하루 한 잔에서 석 잔 이하로 마시는 사람은 커피를 하루 한 잔 이하로 마시거나 아예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간암 발생률이 29% 낮았다. 일본 도호쿠(東北)대 연구팀도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의 간암 발생률을 1로 했을 때 하루 평균 0∼1잔 마시는 사람의 간암 발생률은 0.71로 나타났다. 매일 한 잔 이상 커피를 마신 경우 간암 발생률은 더욱 낮아 0.58로 나타났다. 커피에 들어있는 항산화제인 클로로젠산, 폴리페놀, 카페인 등 100여 가지의 활성 물질이 간암과 간섬유화의 위험을 감소시킨다.


그렇다면 카페인은 누구에게나 이로운 물질인가? 그렇지 않다. 카페인은 대사 과정에 개인차가 있어서 어떤 사람은 조금만 마셔도 신경과민, 심계항진, 불면증, 흥분, 불안 등이 올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커피 분해 효소가 부족한 이유이다.


커피는 전반적으로 심혈관 계통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카페인을 자주 섭취하면 심장 박동수가 증가하고, 혈압이 높아진다(장기적으로 마시면 내성이 생겨 혈압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 습관적으로 3잔 이상 마시는 경우 수축기혈압을 1.2mmHg 이완기 혈압을 0.49mmHg 올리는 작용을 한다.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인스턴트커피(설탕, 크림이 들어간)는 오히려 심혈관 질환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또한 커피는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여과지를 사용하면(drip or filtered) 칼레스테롤, 카웨올, 디터팬스같은 물질이 걸러지나, 그대로 마시면 혈청 지질을 올리는 작용과 혈압에 나쁜 영향을 준다.

 

또한 임산부의 과도한 커피의 복용은 위험할 수 있다. 통상 임산부의 하루 카페인 섭취 허용량은 대략 200mg 정도이다. 과도한 카페인은 자궁으로 가는 혈류의 양을 감소시켜 저체중, 유산, 미숙아 출산, 유년기 백혈병 등 태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여성에게 커피가 위에서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여 골다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어린이들이 음료수에 들어있는 카페인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수면 부족으로 인한 집중력 저하로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거나 사고 위험이 높고, 어린이는 카페인 대사가 잘 안되어 과잉 섭취할 경우 칼슘흡수를 방해하여 성장 및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지금까지 나온 카페인에 관한 연구를 살펴보면 카페인이 알고 먹으면 약이고 잘못 먹으면 독이라는 옛말처럼 이 순간 커피 한 잔을 즐김에도 너무 과하지 않고 적절히 즐기는 현명함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문병수 성도
강남교구, 의료선교부
前 연세대의대 내과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