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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 [영락화랑] 채찍에 맞는 그리스도

작성일 : 2021-03-04 13:51 수정일 : 2021-03-04 14:00

 

2021년 사순절은 2월 17일(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4월 3일까지 주일을 제외한 40일간이다.
루벤스의 십자가 수난 걸작 중 하나인 이 작품은 사순절 기간에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하며 경건하게 보내려는 성도들에게 주님이 고난 겪으시는 모습을 마음속에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빌라도의 군사들이 예수님을 기둥에 묶어놓고 채찍질하는 장면이다. 그림의 전체적인 구도는 X자형이다. 예수님의 머리와 등 발꿈치에 이르는 선(↘)과 또 다른 사선은 우측 상단에서 좌측 하단의 인물 다리에 연결되는 선(↙)이 그것이다. X자형이 교차하는 부분에 예수님의 상처 난 등이 위치하고 있다.


힘껏 휘두르는 채찍에는 날카로운 뼈와 금속 조각들이 달려있다. 채찍질하는 군인들의 표정을 보면 그들은 매질하는 데서 쾌락을 얻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채찍질로 십자가에 달리기 앞서 예수님을 거의 초주검 상태로 만들었다(마태복음 27:26). 채찍에 맞기 전에 이미 심하게 구타당했다는 것을, 얼굴이 검게 표현된 것으로 보아 알 수 있다(마가복음 14:65).


실제 예수님의 등은 이 정도 상처로 끝나지 않았다. 살가죽이 완전히 찢겨 뼈가 드러나고 피범벅이 되었을 것이다. 작가 루벤스는 채찍질이 가해진 초기 모습을 그리고 싶었거나 아니면 예수님이 고난겪는 처참한 장면을 자세하게 그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을지 모른다. 그는 오히려 전체 분위기와 등장인물의 표정과 움직임을 통해 예수의 수난 장면을 부각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화면 중심에 참혹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작품을 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커다란 충격을 줄지 모르고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의 유미성(唯美性)을 해칠지도 모르기 때문에 억제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을 대하는 사람들은 루벤스가 예수님의 수난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하고 그림을 그렸음을 알 수 있다.


이 그림에는 예수님 외에 네 명의 인물과 한 마리의 개가 등장한다. 채찍을 휘두르는 인물 외에 두 명이 가시나무 다발로 만든 채찍(매)을 들고 내려 치려고 하고 있다. 이들이 취한 동작과 눈길은 잔인성을 더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가장 오른쪽 인물이다. 그는 오른발로 예수님의 오금을 짓누르고 있다. 고통으로 인해 요동치는 예수님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는 의도이거나 무릎을 꿇리려는 것일 것이다. 우측 하단에 개 한 마리가 으르렁거리고 있다. 이 개는 자신이 공격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왼쪽 하단에는 쌓아놓은 회초리(혹은 매)들을 볼 수 있다. 이로 보아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채찍질을 전문으로 하는 자들 같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는 독일 태생으로 17세기 바로크 미술을 대표하는 벨기에 화가이다. 역동성과 강한 색감을 추구하는 바로크 스타일의 대표적인 화가로, 생전에 3,000여 점의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림 선정 및 해설 김갑수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