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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 직장에서 크리스천으로 살아가기

작성일 : 2021-01-28 16:54

 

신의를 보여라 – 신실한 크리스천
“뉴욕-서울 왕복 비행기표를 보내 드릴 테니, 다가오는 주말에 서울에서 인터뷰하면 좋겠습니다.” “저에 관한 관심은 감사하지만, 지금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자금을 관리하는 담당자가 더 좋은 기회가 있다고 회사를 옮기는 것은 온당한 것 같지 않습니다.”


눈이 휘날리는 새벽 1시, 맨해튼과 뉴저지 사이를 흐르는 허드슨강을 따라 운전하고 집으로 가던 중 깜빡 졸다 깬 경험이 있었는데, 운전 중에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무언가 대책을 찾아야 겠다고 생각하던 중 전화를 받은 것이다. 1997년 12월, 당시 한국의 부도 위기가 눈앞에 있었다. 삼성전자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당시의 나는 만기가 다가오는 차입금의 연장업무로 두 달째 계속된 야근에 졸음이 쏟아지고 업무에 지쳐가고 있었다.


뉴욕 생활의 낮에는 미국 현지 은행 여신 담당자들과 만기 연장을 요청하는 서류를 씨름하며 만들어야 했고, 저녁에는 한국시간으로 아침이므로 서울 본사의 자금부서와 그룹 재무팀에 자금 상황을 보고하고 협의하는 일을 반복하는 일상이었다.


1년 후 자금 상황이 정상화되어 갈 무렵, 주재원 가족끼리 모여서 영화 <타이타닉>을 봤다. 바이올리니스트 월리스 하틀리가 우왕좌왕 혼돈에 빠진 승객들의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침몰해가는 타이타닉호 갑판에서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을 연주하면서 배와 함께 가라앉는 장면이 나오자 상사가 “차영수 같다. 작년에 회사가 부도 위기에 있을 때, 업무 때문에 사무실에서 밤을 지새우다시피 하며, 회사를 지킨 모습과 같지 않으냐?”라고 인정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으니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다.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다 – 인내하는 크리스천
직장을 다니다 보면, 주말에도 이런저런 일들로 출근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예배를 이유로 주일 출근을 거부하는 것이 하나님을 핑계로 삼는 것 같아서 1부 예배를 드리고 조금 늦게 출근하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다 보면 크리스천이라는 것이 자연히 드러나게 된다. 그때부터 직장에서의 모든 언행은 개인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신앙인의 모습에 대한 평가도 이루어진다. 신앙인으로서 믿음생활과 직장생활의 갈등 속에서 타협하지 않으면서 헤쳐나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일이다. 갈등을 초래하고 비우호적인 인간관계를 만들기 십상이다. 예배를 드리는 신앙생활도 무엇과 바꿀 수 없지만, 삶 속에서 신앙인의 본보기가 되기는 더더욱 어렵고, 다른 사람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게 된다.


회식 자리에서의 음주를 예로 들면, 신앙인으로서 거절하는 경우 직장 동료들과 친밀해지기 어렵게 된다. 나의 경우는 워낙 주량이 적어서 잘 마시지 못했는데, 교회 다니니까 마시지 않느냐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으면서 지내왔다. 특히 알코올을 좋아하는 상사로부터 싸늘한 시선을 받으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세상에서 인정받는 것에 연연해하지 말자, 하나님께서 괜찮다 하시면 된다고 생각하곤 했다.


신앙인으로서의 진실을 붙잡고 나가려 다짐하니, 업무에 있어서 당면한 질책을 받지 않으려 사실을 덮거나, 왜곡할 수가 없다.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그 순간에는 마음이 무겁고, 힘들지만, 잠잠히 그리고 묵묵히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 외에 달리 방도가 없다. 그렇게 세월이 쌓이니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보고를 할 때 “너는 교회 다니니 거짓말은 하지 않겠지?” 라고 상사로부터 신뢰의 평가를 받는다. 그때 ‘나는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보호하심은 이렇게 이루어지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세월이 흐른 뒤, 직장 상사들이 “차영수에게 술 주지 마라, 그 술 나주라”고 말할 때 지금까지 버텨온 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새삼 실감하곤 했다. 삼성생명 자산운용 본부장으로 지낼 때, 부서 직원들과 저녁 식사 자리에서 부하직원이 “저도 크리스천인데, 크리스천이 직장생활을 지속하기 어렵다는데, 본부장님을 보고 위안과 격려가 된다”고 말했다. 나는 크리스천이라고 특별나게 행하는 것도 없었지만, 직장에서 나의 모습이 주변의 다른 크리스천들에게 본보기가 되도록 하시는 것도 하나님의 섭리였던 것 같다.

 


인도하심은 다 계획이 있다 – 하나님과 동행하는 크리스천
2012년 직장에서 입지가 불안해지면서 미국으로 1년간 어학연수를 통보받고 마음이 울적했다. 임원의 해외 연수는 일종의 유배와 같은 개념이다. 현직에서 물러나 고문으로 있는 상사에게 인사하러 찾아가니, “마음 편하게 연수를 다녀오너라, 회사 비용으로 가는 연수니까, 직장을 그만두는 것보다는 낫지 않니? 그러다가 혹시 다시 복귀하면 더욱 좋고” 하며 위로해주었다.


큰아들이 유학 중이던 로스앤젤레스에서 아내와 함께 지내면서, 50이 넘은 나이에 20대 젊은 학생들과 UCLA 어학당에 다니며 열심히 영어를 공부했다. 사실 미국에서 MBA를 했고, 1996년부터 5년간 미국 주재원도 했지만, 영어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어학연수로 영어에 조금 더 친숙해지게 되었다.


2018년, 35년간 근무했던 삼성을 떠났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영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하는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현재 3년째 근무하며 영어에 파묻혀 지내면서 8년 전 어학연수를 보내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감사한다. 당시에 어학연수를 하지 않았다면 외국 기업인 현재의 직장에 지원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선한 영향력 - 향기를 발하는 크리스천
인생 걸음걸음의 선택과 결정은 정답을 모르기에 하나님의 인도를 기도하며 선택지를 고르고 살아내는 것이 인생이라고 여긴다. 결과가 어떠하든 그것이 나의 분깃이라고 받아들이고 감사한 마음으로 장래에 다가오는 일을 맞이하는 것이 나의 도리일 것이다. 나는 1980년 5월 영락교회에 다니기 시작했고, 대학부 시절 네비게이토선교회를 다니면서 선교 미션에 인생의 항로를 실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용기가 없어, 분명한 부르심이 없으면 하지 않겠노라고 마음먹고, 직장으로 발길을 내디뎠는데, 그 당시 올바르게 결정한 것인지에 대한 확신은 지금도 없기는 매한가지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방황하는 인생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함께해주셨다고 고백하고 싶다.


후배들에게 충고하자면, 직장이라는 세상에서 사람들의 인정보다는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보호하심에 의지하라. 세상에서 인정받을 때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기억하고, 그렇지 못할 때는 좌절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있는 곳에서 그리스도인의 향기를 은은하게 발하는 우리 영락의 자랑스러운 믿음의 후배들로 성장하기를 바랄 뿐이다.

 

 

 

 

 


차영수 집사
서초교구
前 예산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