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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 수난곡(Passion)과 찬송 ‘오 거룩하신 주님’

작성일 : 2021-01-28 09:57 수정일 : 2021-01-28 10:17

 

교회력은 1월 1일부터 시작되는 일반 달력과 좀 다르다. 절기로 구성된 교회력은 예수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절로 시작하여 성탄절, 동방박사의 경배를 기념하는 현현절(1월 6일), 그리고 사순절로 이어진다. 사순절은 부활절 전 주일을 제외한 40일간으로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며 그것에 동참하는 의미로 회개와 경건한 생활을 하는 기간이다. 언제나 수요일에 시작하는 사순절의 첫 수요일을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이라 한다. 이날 머리에 재를 뿌리거나 이마에 재를 바르며 십자가를 그리는 행사가 기독교의 전통으로 내려오고 있다. 필자도 미국교회를 섬길 때 매년 ‘재의 수요일’에 교인들이 모여 자신이 지은 모든 죄를 쪽지에 적은 후에 그것을 태운 재를 가지고 이 행사에 참여했다.


사순절 기간에 연주되는 곡으로는 수난곡(Passion)이 있다. 수난곡이란 신약성서의 마태, 마가, 누가, 요한복음에 근거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의 사건을 다룬 음악 형식이다. 수난곡의 역사를 살펴보면 4세기경 고난주간에 예루살렘을 방문했던 어떤 성지순례자가 예배 시간에 그리스도의 수난에 관한 내용을 암송한 일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고 전해지며, 13세기까지는 한 사람이 노래하다가 14, 15세기에 몇 명의 성악가가 등장인물을 나누어 단선율을 노래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합창음악인 수난곡은 15세기부터 시작되었으며 처음에는 단지 군중의 소리로서 합창이 쓰였지만 약 1540년경부터는 예수님의 말씀에도 합창이 쓰이기 시작했다.


수난곡에는 ‘복음사가’(Evangelist)가 등장한다. 성경의 내용을 해설하는 사람, 즉 수난의 모든 상황을 설명하는 사람이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와 베드로, 빌라도, 가룟 유다 등이 등장한다. 이 밖에도 닭이 울기 전 베드로에게 질문하던 여종이나 빌라도의 아내 등이 등장하기도 한다.


독일 루터교에서는 사순절 기간에 일반 칸타타를 예배 시간에 연주하지 않는 대신에 수난곡을 작곡하여 사순절의 마지막 주인 고난주간에 연주했다. 개신교 바로크 음악의 대표적인 작곡자 바흐(J. S. Bach, 1658~1750)는 다섯 곡의 수난곡을 작곡했으나 현재는 마태, 마가, 요한수난곡만 남아있은데, 그중 마태수난곡과 요한수난곡이 지금까지도 많이 연주되고 있다.


「마태수난곡」은 마태복음 26, 27장에 기록된 예수님의 수난에 관한 141절을 기본 대사로 하며, 여기에 신앙적인 고백, 참회, 찬미, 기도의 노래인 독창, 코랄(Passion Chorale) 합창 27곡을 더하여 이루어진 3시간가량의 방대한 음악이다. 마태수난곡에는 우리가 잘 아는 찬송가 145장 ‘오 거룩하신 주님’이 다섯 번이나 등장한다. 이 찬송은 원래 독일의 작곡가 하슬러(Hans Leo Hassler, 1564~1612)가 1601년 작곡한 세속 곡인데, 바흐는 이 곡조를 너무나 사랑하여 마태수난곡에서 다섯 차례나 편곡해서 사용했기 때문에 이 찬송곡조의 제목도 코랄이라고 붙여졌다. 이 찬송은 가사가 매우 은혜롭다. 20여 년 전인 2000년 갈보리 찬양대가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연주했을 때, 총독의 병사들이 “가시관을 엮어 그 머리에 씌우고 갈대를 그 오른손에 들리고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이르되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 하며 그에게 침 뱉고 갈대를 빼앗아 그의 머리를 치더라”(마27:29∼30)를 복음사가가 노래한 후 찬양대가 코랄을 아래의 가사로 연주했다.


“오 거룩하신 주님 그 상하신 머리
조롱과 욕에 싸여 가시관 쓰셨네
아침 해처럼 밝던 주님의 얼굴이
고통과 치욕으로 창백해지셨네”


당시 이 노래를 부르는 이나 듣는 이 모두가 주님의 고난에 눈물을 감출 수 없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이 눈물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영원한 고백이 되어야 하고, 특별히 올해 2월 17일 ‘재의 수요일’로 시작되는 사순절 기간에 우리의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고백의 노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 가사는 중세의 수도사였던 버나드(Bernard of Clairvaux, 1091~1153)가 세상을 떠났던 1153년에 ‘가시관을 쓰신 머리’에 관해 시로 쓴 것을 독일 루터교회의 파울 게하르트(1607~1677) 목사가 독일어로 번역했고, 미국 장로교회 제임스 알렉산더(1804~1859) 목사가 1830년 영어로 번역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2년에 이 찬송이 <새 찬송가> 164장으로 처음 소개되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수난곡은 마태, 마가, 누가, 요한수난곡이 있는데, 예수님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수난곡의 성격도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마태복음에는 예수님의 체포를 위한 책략이나, 옥합을 깨트려 예수님의 머리에 기름을 붓는 여인, 최후의 만찬 등 보다 자세히 예수님의 수난을 그리고 있는 것에 반해, 요한복음(18, 19장)은 예수님을 체포하는 장면부터 시작하며 예수님의 인간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다.


영락교회 초대 지휘자였던 박재훈 목사님은 1922년생으로 우리 나이 100세이시다. 그런 고령에도 최근 「요한수난곡」을 완성하셨다. 이 역사적인 곡을 영락교회 찬양대가 연주하기로 했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연주하지 못하지만 2022년 부활절 음악회에서는 반드시 연주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 요한복음 18과 19장의 82절 모든 말씀을 가사로 포함하고, 중간에 아리아나 코랄 가사를 삽입하면 음악회가 두 시간은 족히 걸릴 수 있다. 그러나 저녁 찬양예배 시간을 감안하여 최대한 길지 않으면서도 모든 내용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 맞이하는 올해 수난절에는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고, 끝없는 주의 사랑에 감사하고,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십자가 복음으로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는 영락교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박신화 장로
마포·영등포교구
갈보리찬양대 지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