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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 젊은 가정과 소통하기 원합니다

작성일 : 2020-12-02 09:51 수정일 : 2020-12-02 10:10

 

무거운 마음
교구 전도사님의 전화를 받은 이후부터 지금까지 무거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구역장 노트라니요? 다른 훌륭한 구역장님도 많은데 왜 저한테 이러시나요? 당연히 거절했지만, 원고 마감까지 두 달여 시간이 있으니까 시간을 두고 천천히 쓰라며 저의 거절을 만류하셨습니다.

 


뜻밖의 위로와 회복
제가 좋아하고 존경해 마지않았던 우리 구역장님이 이사하시는 바람에 아무 준비 없이 구역장이 되었습니다. 물론 그런 준비는 저랑 상관없는 거라 여겼고요. 구역장은 응당 인격적으로 성숙한 믿음의 사람으로, 구역 식구들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함은 물론 구역 식구들의 여러 대소사를 챙기며 협력하는 사람이어야 할 테니까요.


창졸간에 구역장이 되었지만,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권사 교육, 여전도회 활동, 가정사 등 제 앞가림이 분주해 『만남』만 겨우 돌리는 수준이었습니다. 구역장으로 한 일이 없으니 원고 분량을 채울 길이 없어서 마른 수건 물기 짜듯 지난 시절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의도치 않은 성찰의 시간을 보냈는데, 은혜롭게도 그것이 또 다른 회복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희 구역에는 제가 구역장이 되기 전부터 은퇴권사님이 꽤 계셨습니다. 왕년에 왕성하게 구역 일을 하시고 은퇴하신 분들 앞에서 구역예배를 인도하는 것은 물론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조차도 부담스러웠습니다. 예배드리는 것도 엄두가 나지 않았고요. 그러던 중 다른 구역에서 교구 전도사님을 초대해 구역예배를 드린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도 바로 전도사님께 연락드려 날짜를 잡아 우리 집에서 구역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전도사님들은 바쁘신 와중에 흔쾌히 시간을 내주시고 은혜로운 말씀은 물론 우리 은퇴권사님 한 분 한 분의 기도 제목도 간절하게 기도해주셔서 정말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첫 예배를 시작으로 자주는 아니지만 시간 될 때마다 구역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장소는 무조건 구역장인 우리 집으로 하고, 음식 준비하느라 말씀의 은혜와 교제의 시간을 놓칠까 봐 식사는 도시락을 주문해서 해결했습니다. 은퇴 권사님들이 컨디션 좋은 시간으로 구역예배 날짜 잡기는 쉽지 않았지만 일단 오시면 너무 반갑고 즐거운 만남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우리 교구는 남한산성 영락수련원과 가까운 편이어서 수련원 화요예배를 구역예배로 대체하기도 했습니다. 공기 좋은 곳에서 예배드리고 성찬식도 하고 내가 차리지 않은 집 밥 같은 식당 밥도 먹고 정말 좋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연세 드신 권사님들은 외출을 부담스러워하셔서 주로 젊은 분들만 가시게 된다는 것입니다.

 


파견 구역장의 꿈
구역은 교회의 기본 구성단위입니다. 교인으로 교회에 등록하면 자동으로 거주 지역에 따라 교구와 구역에 소속이 됩니다. 다양한 교인들을 섬기는 구역장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구역장은 구역 가정의 출생, 결혼, 장례, 직분 교육 등에 상관이 없을 수 없는데, 요즘처럼 바쁘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는 시대에 이전같이 친밀하고 허물없는 권고는 간섭처럼 여겨지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또 다음 세대를 믿음으로 세우기 위해서는 구역장 나이도 낮아져야 할 것 같습니다. 한 번 구역장이 되어 은퇴할 때까지 이삼십 년을 한 구역에서 봉사하게 되면 해가 갈수록 젊은 가정과의 소통은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구역의 젊은 집사님들을 독려해서 구역장으로 세우기를 애쓰는 한편, 저는 파견 구역장을 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파견 나간 구역에서도 구역장을 세우는 일에 힘쓰고 또 다른 구역으로 파견 나가고… 그리고 제가 속한 구역에서는 신임 구역장과 은퇴하신 구역 권사님들 사이에서 소통하고 교제할 수 있는 중간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그 꿈이 작년에 이뤄지는가 했는데 유력한 신임 구역장 후보께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버리셔서 새롭게 그 꿈을 꾸고 있습니다.

 


느린 걸음으로라도 계속 자라가고 싶습니다
구역예배와 모임들을 되돌아보면 구역장으로서 부족한 것만 생각나서 구역 식구들에게 송구한 마음뿐입니다. 하지만 바쁘신 와중에도 모이기에 협력하시는 모습에 은혜와 감동이 있었고 우리 믿음의 자라남이 있었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몇 달이면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19 상황이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이때, 대면으로 모이는 구역 모임은 당분간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멈춰있는 것 같은 지금 우리 믿음의 자람도 함께 멈출 수는 없습니다. 비록 새로운 변화에 발 빠른 대처와 적응이 어려운 나이지만 느린 걸음으로라도 우리의 연한이 다하는 날까지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계속 자라가고 싶습니다.

 

 

 

 

 

 


문경화 권사
강동·송파교구 46구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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