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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 내 마음에 다시 세운 ‘길갈의 비석’

작성일 : 2020-11-03 18:56 수정일 : 2020-11-03 19:07

 

약 1년 전에 겪은 교통사고를 통해 경험했던 1교구 17구역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작년 10월 초에 주일예배를 드리고 귀가하던 중 집 앞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을 때 저의 발등 위로 신호위반 차량이 지나갔습니다. 지금도 소름이 끼치는 기억입니다. 제 안에 흔적이 남아 일상생활 중에도 약간의 불편함이 있지만 걷기에는 이상이 없어서 저는 이 사건을 제 인생의 ‘길갈의 비석’(수 4:19~24)이라 부릅니다.


불행한 사고를 기념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하지만 그 일은 공동체의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이었고, 나의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하나님의 크신 은혜와 기적을 경험했기에 하나님을 찬양하고 기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중 우리 17구역의 식구들이 병문안을 왔을 때의 일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이 내용을 가족에게 전달할 때도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당시 상황을 묘사해 봅니다.


병실로 심방 와주신 구역 식구들은 병실 안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안 되도록 가림막 커튼을 둥글게 치고 침대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 아주 작은 소리로 사도신경으로 시작해 말씀과 찬양과 기도를 드렸습니다. 주기도문으로 마무리까지 속삭이듯 작은 소리로 예배드렸습니다. 미리 준비한 예배는 그야말로 정성과 간절함의 표현이었습니다. 구역 식구들의 마음속 소원이 하나님께 향해 있었기 때문에 나온 행동이라 생각합니다.


“하나님, 우리 구역장 안 아프고 잘 낫게 해주세요.”


제가 이런 사랑을 받을 자격이 되나 싶은 마음에 감사와 눈물밖에 없었습니다.


구역 식구들이 돌아간 후에도 그 온기는 오랫동안 남아있었습니다. 병실에서는 어느 교회 다니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우리 모습이 좋아보였던 모양입니다.


커튼으로 가리고 소리를 죽여도 사랑의 향기는 숨길 수가 없었나 봅니다.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교회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른 새벽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하나님께 감사하며 기도했습니다. 구역 식구들이 속삭이듯 소리 죽여 찬양하는 모습이 자꾸 생각났습니다. 사도신경, 주기도문이 그렇게 은혜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구역을 적당히 섬겼던 것도, 구역 식구들을 위한 기도가 게을렀던 것도 다 녹아지고 새로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현실은 발등이 부서지고 손목이 부서져서 깁스를 하고 있지만, 구역 식구들이 남기고 간 향기로 마음의 평강을 누리게 되어서 한 달 넘는 입원 생활을 은혜로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아마 이 땅에서 호흡이 다할 때까지 평생 잊지 못할 사건이며, 구역 식구들과의 추억입니다. 제가 구역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의 힘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다시 깨닫고 고백합니다.


하나님 안에 우연은 없습니다. 고난을 축복의 통로로 사용하시고 이해할 수 없는 사건·사고 가운데에서도 저를 위한 하나님의 섭리와 은혜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실수가 없으신 하나님은 오늘도 부족하고 실수가 많은 저를 빚어가고 계시다는 것을 믿습니다.


지면을 통해 저를 위해 기도해주신 구역 식구들과 영락 공동체의 모든 분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이현숙 권사
강남교구 17구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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