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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0」 맡김의 훈련소

작성일 : 2020-09-29 10:58

 

“신입을 뽑을 때 뛰어난 능력을 원하지 않는다. 기술은 노력하면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왜 요리사가 되려는지 그 마음을 보려고 애쓴다.”


며칠 전, 아침 신문을 뒤적이다가 서울의 어느 유명 호텔 조리팀장이 쓴 칼럼에 눈길이 멈추었습니다.


세속의 일꾼을 찾을 때조차 당장 써먹을 현실적인 계산보다 사람의 본질에 시선을 두고 진정한 일꾼을 찾아 헤매는 고수의 깊은 혜안이 느껴졌습니다.


‘세상일에서도 이럴진대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셨을 때 도대체 내게 무엇을 기대하셨을까?’ 부름을 받은 자의 입장에서가 아닌 부르신 분의 마음이 궁금해졌습니다.


‘왜 하필 나야?’


자신이 중병에 걸렸다는 의사의 진단이나 뜻하지 않은 사건·사고 앞에서 우리가 보이는 반응은 죄송스럽게도 주님의 부르심에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일단 부르심은 로또 당첨이 아닌 것만은 확실한 듯합니다.


저 역시 구역장으로 부르심이 왔을 때,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는 말씀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었습니다. 머리로는 다 이해하는데 가슴이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지혜로우셨던 전도사님께서는 설득 대신 거래를 제안하셨습니다. “일 년만 맡아주시면 연말에 꼭 교체해 드리겠습니다!”라는 거절 불가의 카드를 내미셨고, 그 카드가 ‘주님의 종’의 약속인 줄 믿어 의심치 않았던 순진했던(?) 집사는 그렇게 덜컥 구역장이 되어 이제 4년 차가 되어갑니다.


아, 그 전도사님은 그해 연말에 우리 교회 임기를 마치시고(저와의 약속은 까맣게 잊으신 채), 부목사님이 되셔서 다른 교회로 떠나셨지만, 이제는 그 일도 토기장이 주님의 결정에 따른 일이라 믿어져 주님께 감사드릴 줄 아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제가 정말로 싫어하고, 못 하는 부분을 콕 찍어서 맡기셨습니다. 구역예배에 개근하시는 구역식구들을 모시고 첫 데뷔 예배를 마치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일은 나하고 안 맞는다, 내 능력으로는 도저히 못하겠다, 그냥 일 년만 버티자.’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기간을 빼고 나면 사실 구역예배로 모이는 횟수는 많지 않았지만 ‘예배인도자’라는 부담과 ‘내가 지난 세월 동안에 한 일을 모두 알고 계시는’ 친정어머니가 구역예배에 1+1묶음으로 동행하시니 평소의 나와 다른 모습을 연출하기가 불편했습니다.


일 년이라도 버티기 위해서는 기도라는 동아줄을 잡아야 했는데 기도하면서도 여전히 불안하고, 기도했는데도 불구하고 실패하면서 성령께 온전히 맡긴다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드디어 이 ‘날탕 집사’를 개조하시려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비로소 졸업이 없는 ‘맡김의 훈련소’에 위탁된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나님의 훈련교재는 기가 막힌 개인 맞춤형이었습니다.


변화해야 살아남는 시대입니다. 피로감에 지쳐 우울증까지 불러일으키는 ‘코로나 사태’라는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삶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처음 인터넷으로 예배드리던 날, 함께 사는 친정엄마와 저는 컴퓨터 화면 앞에서 울컥했습니다. 텅 빈 성가대석을 배경으로 온라인 너머의 성도들을 향해서 예배를 인도하시는 목사님을 보면서 마음 한편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곧 모든 사태가 진정되어 일상으로 되돌아가겠지’라는 마음으로 스스로 위로했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적응능력은 참으로 신속했습니다. 몇 달 계속 인터넷 예배를 드리게 되면서 슬슬 편리함이 주는 달콤함이 현장예배 참석에 대한 간절함을 이기기 시작했습니다. 예배공동체와의 물리적인 고립이 마치 신앙의 중간점검 기간을 가져온 것 같았습니다.


말씀과 기도에 더욱 집중하는 자발적 신앙인지, 아니면 이유식을 끊지 못하는 의존적 신앙인지 가름이 되는 지금이야말로 ‘비가 오고 물 나며 바람 부딪칠 때’의 실제상황입니다.


구역예배와 교제, 『만남』 전달이 구역식구들과의 주된 접촉점이었지만 소모임이 중단된 현 상황은 공동체에 연결되어 있다는 소속감과 안정감을 잃어버리기가 쉽습니다. 그렇다 해도 구역장 개인 차원에서는 그분들의 현실적인 소외감 해소를 도와드릴 만한 마땅한 방법을 찾기가 어려웠는데 때맞춰 준비된 듯한 119대작전과 이어진 179운동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말씀 카드를 매일 구역식구들께 보내드리는 것이 그분들께는 관심과 격려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평소 문자의 홍수에서 오는 피로감 때문에 수신을 거절하는 젊은 세대와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못하신, 특히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께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 감성의 조화를 통한 참신한 접근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일상의 모든 것들이 예전과 달라질 것이라는 예언(?)들이 쏟아집니다. 시대에 맞는 구역장의 정체성과 기대되는 역할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봅니다.

 

 

 

 

 

 

 

장정란 권사
용인·화성교구 26구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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