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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0」 거기 너 있었는가

작성일 : 2020-09-29 09:34 수정일 : 2020-09-29 10:12

이 곡은 흑인영가(Afro-American Spiritual)이다.
원제목은 ‘Were you there?’에서 ‘there’는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 현장이다.
주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실 때 3년 동안 주님을 따르면서 수많은 기적을 보아왔던 제자들은 그 현장을 피해 모두 숨어 있었다. “거기 너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그들은 모두 부들부들 떨리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거기 너 있었는가 그 때에, 주님 그 십자가에 달릴 때, 해가 그 밝은 빛을 잃을 때, 주님 그 무덤 속에 뉘일 때….” 물론 지금 우리가 그리스도의 못박힌 현장에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하며, 우리에게 닥치는 고난에 늘 주님을 생각하며 인내하는 믿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5절에는 “주님이 무덤에서 나올 때, 오~ 때로 그 일로 주께 영광”을 노래한다. 이 절은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오시는 주님을 만나 뵐 때를 생각하며 노래 불러야 한다.


한경직 목사님께서도 글씨를 남기셨다. 봉사관 2층에 가면 볼 수 있는 창세기 3장 9절의 말씀 중 죄인을 부르시는 소리 “네가 어디 있느냐”의 말씀이다. 이 질문을 항상 마음속에 새기면서 지금 내가 있는 자리가 내가 있어야 할 자리인지 혹여 죄를 범하는 자리는 아닌지 생각해야 하고, 내 마음이 어느 곳에 있는지를 항상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지난 『만남』 7월호에 썼듯 흑인영가는 입으로 전해진 노래이기 때문에 작사자나 작곡자가 명기되어 있지 않다. 언제부터 이 곡조가 불리기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20세기 초 찬송가 형태로 편곡된 이 노래는 <미국흑인민요집> (Folksongs of the American Negro, 1915)에 처음 실렸으며, 미국 찬송가에 1940년에 채택되었고, 이후 우리나라에는 새 찬송가(1962) 643장에 소개되어 지금까지 불리고 있다.


흑인영가는 아프리카의 음악과 미국에서의 억압과 갈망이 만들어낸 독특한 미국계 아프리카 종교음악이라 할 수 있으며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특징을 가진다.


첫째, 흑인영가는 노동하며 부르는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일하는 박자(working rhythm)에 맞춘 교창형식(antiphon, 응답형식)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둘째, 흑인영가는 우리가 지금 부르는 4성부의 합창이 아니라 제창(unison)이었다는 사실이다. 노예 생활을 하는 그들이 4부 합창을 만든다는 것은 기대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만의 장식이나 음정을 미끄러트리며 음을 올리거나 내리는 기법 등은 사용되었다.


셋째, 그들은 자신들의 고통을 예수의 고통과 비유하며 이러한 고통은 하늘나라에서 모두 보상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근심 걱정은 아무도 모르네(Nobody knows the trouble I’ve seen)’, ‘딥 리버(Deep river)’ 같은 음악에서 큰 특징으로 표출된다.


넷째, 흑인영가는 구속으로부터 해방인데, 그 당시의 상황에서는 자기가 있는 곳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하는 것과 그것을 도와주는 것으로도 노래를 사용했다. 예를 들어 흑인영가 ‘스틸 어웨이(Steal away)’는 주님께 한 걸음씩 살금살금 가는 내용이지만 사실은 탈출하고자 하는 마음을 자극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Steal away’, 살금살금 도망을 치는 내용이다. 예를 들면 가사 ‘My Lord, He calls me. He calls me by the thunder(주님, 나를 부르시네, 천둥 속에서 나를 부르시네)’에서 ‘천둥소리’는 도망치기 좋은 여건을 암시해 주며 계속되는 가사 ‘the trumpet sound’는 ‘승리의 함성’이었다. 물론 다음 가사 ‘within my soul’ 즉 아직은 ‘내 영혼 속의 함성’이다. 이런 노래들은 그 의미를 감추고 흑인사회에서만 알려지고 숨겨져 왔다.


다섯째, 숨겨진 언어는 탈출 외에 싸움의 언어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여리고의 장벽이 무너지듯 노예제도의 장벽도 싸움을 통해 언젠가 무너지리라는 기대를 늘 갖고 있었다.


여섯째, 흑인영가는 솔로가 많다. 이것은 교창형식을 사용하기 때문으로, 합창은 주로 단순한 멜로디의 반복이었다.


일곱째, 흑인영가에는 싱코페이션(당김음), 붓점 리듬과 악센트 등 태생적으로 그들만이 지닌 리듬이 있다. 이 리듬이 주는 효과는 지금까지도 많은 성가에서 흑인영가가 빠지지 않는 원인이기도 하다.


여덟째, 5음 음계(도·레·미·솔·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신자 되기 원합니다’, ‘거기 너 있었는가’).


아홉째, 흑인영가는 정확한 기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즉흥적으로 부르는 음들, 그리고 신기할 정도의 끌어올리고 내리는 창법과 리듬 등을 악보로 그려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열째, 교육받지 못한 흑인들의 노래는 틀리게 쓰는 가사와 발음이 특징이다. 예를 들면, 흑인영가 ‘쿰바야(Kumbaya)’는 ‘여기 오소서(Come by here)’라는 말이다.


흑인영가는 노예들의 해방과 함께 탄생한 블루스, 래그타임, 재즈 등에 영향을 미쳤으며 특별히 가스펠과 결부되어 새로운 노래의 장르인 블랙 가스펠을 창조하게 되었다. 이것은 흑인영가에 피아노와 드럼, 탬버린, 전자 기타 등의 악기가 사용되고 솔로와 후렴이 많다. 특히 당김음 등 리듬이 다양하고 흑인들만의 창법과 즉흥연주를 하는 등 흥미를 유발해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성가의 방향을 바꾸어 놓고 있다.

 

 

 

 

 

박신화 장로
마포·영등포교구
갈보리찬양대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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