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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 눈을 통해 채워야 할 것들

작성일 : 2020-07-30 15:56 수정일 : 2020-07-30 20:40

 

지난 6월의 어느 주일, 예배 인도를 앞두고 교회 본당 내 예배준비실에서 급히 마스크를 찾은 적이 있습니다. 예배 인도를 마친 뒤에 성도님들과 인사를 나눌 때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데 마스크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아,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 평소에도 계속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보니 신체의 일부인 양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는 스마트폰과 더불어 우리의 새로운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너나없이 마스크를 끼고 있는 모습은 우리의 일상이 되었고, 간혹 마스크를 끼고 있지 않은 사람을 보게 되면 눈살을 찌푸리게 됩니다. 마스크 착용은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상징인 동시에 상대를 향한 배려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마스크지만 마스크로 인해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마스크 뒤로 가리어진 ‘입가의 미소’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너무나 중요해진 마스크지만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에서는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고 서로에게 기쁨을 주던 ‘입가의 미소’를 볼 수 없습니다. 마스크로 상징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우리의 관계는 예전과 같지 않아졌습니다. 예전처럼 가까이 마주 앉아 서로의 침이 튀는 것을 개의치 않아 하며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온라인으로 대체한다고 하지만 대화를 주고받고 감정을 공유하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나누는 일은 얼굴과 얼굴을 마주해야 제맛입니다. 그래서 마스크를 써야 하는 지금의 상황이 길어지고 있는 만큼 사람들은 지쳐 가고 있는 듯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특별히 그리스도인이라 불리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다양한 대답이 가능하겠지만 저는 그중에 우리의 ‘눈’을 하나의 답으로 제안하고 싶습니다. 마스크로 가려지지 않는 ‘눈(目)’ 말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예전보다 입을 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감염을 우려해 입을 덜 사용하는 것이겠지요. 대신 우리는 입을 덜 사용하는 만큼 눈을 더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스마트폰을 비롯한 스마트 기기 사용률과 텔레비전 시청률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높아졌으리라 예상합니다. 말수가 줄어든 대신 눈을 사용하는 일, 즉 무언가를 보는 일이 상대적으로 많아졌을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예전보다 무언가를 더 많이 보고 계신다는 데 동의하신다면 여러분에게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눈을 통해 무엇을 보고 계십니까?” 달리 질문하자면, “여러분은 여러분의 눈을 통해, 여러분의 마음을 무엇으로 채워 넣고 계십니까?” 이 질문이 왜 중요한가 하면, 우리가 보는 것들이 사라지지 않은 채로 우리 마음에,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에 켜켜이 쌓여가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의 입이 제한된 만큼 눈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었는데, 우리가 눈으로 담아내는 것들이 우리의 일상과 신앙에 매우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마치 어제 본 영화에 관해 자연스레 이야기하는 것처럼, 우리가 보는 것들(또 듣는 것들)은 우리의 내면을 채워 우리의 입을 통해 표현됩니다. 아마도 마스크를 벗게 되는 날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본 것들에 대해서 알게 모르게 무수히 많은 말들을 쏟아낼 것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보는가 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에 대해 성경은 다음과 같이 말씀합니다. “눈은 몸의 등불이니 그러므로 네 눈이 성하면 온몸이 밝을 것이요”(마 6:22). 눈이 건강하면, 즉 보는 것이 건강하면 온몸과 전인격, 그리고 삶이 건강할 것이란 의미입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곧 내 마음의 상태를 말해주는 것이며, 우리의 내면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들로 채워지게 됩니다. 그러니 무엇을 보는가 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여러분은 무엇을 보시겠습니까? 코로나19로 인해 외출보다는 실내에 있는 일이 더 많아진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합니까? 코로나19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모르는 지금, 우리의 눈이 더 건강한 것, 더 아름다운 것, 더 거룩한 것을 볼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여러분의 스마트폰과 텔레비전과 컴퓨터 모니터로 더 가치 있는 것을 보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우리의 눈이 더 선한 것들을 우리 마음에 담아 차곡차곡 쌓아갈 때, 우리의 눈은 마스크로 가려진 우리 입이 지을 수 있는 미소보다 더 아름다운 미소를 짓게 될 것입니다. 입가의 미소는 연습하면 지을수 있지만, 눈빛은 연습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눈은 입보다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습니다. 마스크 위로, 우리의 눈빛을 통해 미소가 전해질 수 있도록 우리의 눈에 더 선한 것들을 담아야 하겠습니다.

 


“제자들을 돌아보시며 조용히 이르시되 너희가 보는 것을 보는 눈은 복이 있도다” (눅10:23)

 

 

 

 

 


탁현수 목사
용인·화성교구
제자양육훈련 소그룹전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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