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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 “우리를 홀로 두지 않으십니다”

작성일 : 2020-07-30 14:39 수정일 : 2020-07-30 15:00

 

‘은퇴(隱退)’하면 왠지 즐겁기보다는 쓸쓸한 생각이 든다. ‘숨는다’라는 뜻의 은(隱)자가 들어가서 그런가? 영어로는 ‘retirement’라고 하는데 이 또한 어원이 ‘후퇴하다’라는 말로 그다지 밝은 느낌은 아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타이어(tire)를 교체(re)한다’라고 풀이하는데,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위해 준비한다’라는 의미에서는 긍정적인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 은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아마도 ‘퇴직 = 은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둘은 엄연히 다르다. 퇴직은 사회(회사)가 규범으로 정한 나이에 이르면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일을 그만두는 것이지만, 은퇴는 전적으로 ‘나의 의사에 따라’ ‘내가 정한 시기’에 하면 된다. 100세 시대라고 하는 요즘은 60세에 퇴직하더라도 상당 기간 은퇴 생활을 해야 하니 가급적 은퇴 시기는 늦추는 것이 좋겠다. 신앙인으로서 건강한 은퇴 생활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은퇴 생활과 관련된 걱정거리 중 세 가지를 꼽으라면 건강, 재정, 외로움을 들 수 있겠다. 이들 셋에 대해 생각해본다. “우리를 홀로 두지 않으십니다”

 


건강
우리나라의 2018년 기대수명(그해 태어난 아이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연수)은 82.7세다(남자 79.7년, 여자 85.7년). 기대수명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인데 이대로라면 100세까지 갈지도 모르겠다. 성경에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시편 90:10)라고 말한 모세도 120세까지 살았으니 우리의 수명은 오직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노력으로 연장할 수 있는 수명이 있는데, 바로 건강수명(질병·부상 없이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나이)이다. 2018년 우리나라의 건강수명은 64.4세다. 바꾸어 말하면, 기대수명과 건강수명과의 차이 약 18년 동안은 질병, 부상 등으로 일상적인 생활이 어렵다는 것이다. 외형은 건강해 보이지만 심혈관·뇌혈관 질환, 관절 통증 등으로 인해, 또는 요양원, 요양병원 생활로 인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상을 누리지 못한다. 그래서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사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의미에서 모세의 삶은 우리 신앙인들의 귀감이 된다. “모세가 죽을 때 나이 백이십 세였으나 그의 눈이 흐리지 아니하였고 기력이 쇠하지 아니하였더라”(신 34:7)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우선 네 가지만 추천하기로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65세 이상 되는 시니어(노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자신의 건강관리에서 가장 후회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치아 관리의 잘못’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지금은 틀니보다는 임플란트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고 그 비용도 많이 저렴해졌는데, 임플란트 방법이 도입된 초기에 열 개 이상을 시술했던 어느 선배는 최고급 자동차 한 대 값의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치아 건강 외에 신경 쓸 것 중의 하나가 관절의 건강인데, 나이 들어 걷지 못하고 눕게 되면 체력이 급격히 쇠약해진다고 하니 일상 중에 걷는 시간을 많이 확보해 하체를 튼튼히 해야겠다. BMW(Bus 버스, Metro 지하철, Walking 걷기)를 자주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또 많은 돈을 들여 건강식품을 먹고 헬스장에서 운동하느니, 하루 세 끼 균형 있는 식단으로 소식(小食)하고 유튜브의 많은 건강 체조 중에서 자기에게 맞는 것을 선택해서 꾸준히 운동하면 최소한의 체력과 건강은 유지될 것이다.

 


재정
‘나이 들어서는 입은 닫고, 지갑 주머니는 열어야 한다’라는 우스개 얘기가 있다. 열 수 있는 지갑 주머니가 있으면 좋겠는데 우리나라 은퇴자의 상당수는 은퇴 생활에 필요하다고 하는 월 생활비 평균인 200만~300만 원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연금 등 일정한 월수입을 확보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은퇴 생활자의 월 생활비지출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기본 식·주거 생활비보다는 병원비, 사회 활동비 등이다. 병원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건강관리에 좀 더 신경을 쓰고, 경조사비는 체면을 의식하지 말고 현역 시절보다 그 규모를 줄여야 할 것이다.


그래도 “나는 지출만큼은 더 줄일 수 없다”라고 한다면, 좀 더 일할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고성장, 고금리 시절에 사회생활을 하다 지금 같은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은퇴 생활을 시작하면 돈의 가치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한다. 월 50만 원의 수입은 요즘과 같은 연 1.2%의 은행이자라면 5억의 예금이 있어야 받을 수 있는 이자와 같다. 그만큼 돈의 가치가 커졌다는 것이다. 1990년대 내가 주재원으로 동경에서 생활할 때 다니던 교회에 60세 되시는 재일교포 권사님이 계셨는데, 어느 날 동네 마트에 갔다가 그 권사님이 계산대에서 출납원으로 일하는 것을 보고 일부러 피한 경험이 있다. 나중에 권사님과 대화하던 중, 권사님은 건강할 때 기회가 있다면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생각해 마트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약 30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일본과 우리나라의 사회현상이 고령화, 저성장 등 많이 닮아가고 있다. 그런데 ‘나이 들더라도 건강하다면 일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라는 본인의 자세와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는 닮아가고 있는지 의문이다.


그런데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인가? 많다는 기준은 어느 정도인가? 돈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하지는 않다는 것을 주변의 이야기나 신문 지상을 통해 접하기도 한다. 성경의 잠언 말씀이 마음에 와 닿는다. “나를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나를 먹이시옵소서. 혹 내가 배불러서 하나님을 모른다 여호와가 누구냐 할까 하오며 혹 내가 가난하여 도둑질하고 내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까 두려워함이니이다.”(잠 30:8~9)

 


외로움
직장을 퇴직하면 사회생활과 점점 멀어지면서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 보니 나가지 않던 동창 모임에도 나가고 이런저런 취미활동을 찾아 나선다. 주부의 경우 자녀가 결혼해 출가하면 홀가분하기보다 외로움으로 ‘빈 둥지 증후군(Empty Nest Syndrome)’을 겪는다고도 한다. 그런데 요즘은 취업난과 늦어지는 결혼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자녀들 때문에 ‘찬 둥지 증후군(Crowded Nest Syndrome)’을 겪는다고 한다.


언젠가는 동창들도, 사랑하는 자녀와 배우자까지도 내 곁을 떠날 때가 올 텐데 그때의 외로움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외로움을 이겨내는 고독력(孤獨力)이 필요하다. 외로움과 고독은 감정이 다르다. 감옥 독방에 있는 죄수에게는 외로움이지만, 수도원 골방에 있는 수도사에게는 고독함이라고 비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덴마크의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인간은 홀로 신 앞에 선 단독자’라고 했다. 우리 신앙인은 결국 하나님 앞에 홀로 서야 할 존재다. 호렙산 떨기나무 아래에서 하나님을 만난 모세가 그러했고, 이세벨을 피해 호렙산으로 도피한 엘리야가 그랬다.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가 올바로 서면 외로움은 하나님께 더 가까이 갈 귀한 기회가 될 것이다.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지금 은퇴 생활을 하는 신앙인에게 가장 크게 다가오는 마음의 부담은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일 것이다. 그것이 건강이든, 재정이든, 홀로 남겨질 것에 대한 것이든. 그러나 우리에게는 귀한 ‘과거’가 있다. 우리를 숱한 어려움 속에 홀로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하나님이 나와 함께하셨다는 신앙 체험이다. 이것이 미래의 걱정과 불안에서 우리를 인도해 주실 것이라고 믿는 믿음이다.

 

 

 

 

 

 


김종태 장로
강남교구
前 KDB대우증권 미래설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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