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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 내맘대로 정한 길을 막으신 하나님

작성일 : 2020-07-29 17:32

첫아이가 태어날 때쯤부터 책장 맨 앞줄에는 ‘육아 성공기’ ‘초등학교 1학년이 꼭 읽어야 할 책’과 같은 제목의 책들이 쌓여만 갔다. 이 책들을 한 권씩 읽어갈수록 내 맘속에는 이루고 싶은 목표와 함께 자녀교육에 대한 자신감도 생겨났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아이가 총명해져야 했는데, 좋은 책을 많이 읽어주는 것이 육아 중 중요한 부분이라고 확신했다.


이런 며느리의 다짐을 듣고, 첫 손주를 위해 어머님께선 여러 전집을 선물해주셨고, 나는 아이가 잠들기 전 10권 이상의 책을 매일 읽어주려고 노력했다. 집안일을 맡기면 아이를 소홀히 돌보실까 봐 아이만 돌보는 이모님을 두고, 아이 돌봄의 우선순위로 책을 읽어주시기를 부탁드렸다. 하지만 이상스럽게도 하나님이 주시는 말씀에 귀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성경 속에서 만나는 자녀교육에 대한 말씀이 너무 이상적이라 당장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이에게 시작된 이런저런 교육과 유치원, 심지어 초등학교까지 때마다 친정엄마는 “분수에 맞게 보내라”라는 염려 어린 말씀을 하셨다. 하지만, 아이에게 좋은 교육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은 나를 멈출 수 없었다. 초등학교는 미션스쿨이었다. 사립이라 버겁게 보내고 있었으나, 매주 예배 시간, 기도하시는 선생님들, 학교의 모든 유인물에 나타나는 하나님 말씀 한 구절, 모든 학교 모임에 기도가 처음이 되는, 그야말로 공부보다는 하나님 관련된 것을 먼저 익히게 하는 학교라, 내가 직접 못하는 것-하나님의 자녀로 키우는 것-을 나 대신 어느 이상은 꼭 해줄 것 같아 마음이 든든해지기까지 했다.


과거와 현재의 나의 삶보다는 나은 삶의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자녀교육의 목표가 되고 내 삶의 우선이 되어가던 때에, 하나님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하셨다. 세상 속에서 내맘대로 정한 길을 막으시겠다고 하신 거였다. 껍데기뿐이었던 나의 신앙이 여실히 드러나는 날들이 연속되었다. 내가 할 수 없고, 내가 하면 ‘효율성’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했던 것들이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알려주시는 날들이 이어져갔다. ‘네가 해야 한다. 네가 진정한 믿음의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한다’ 라는 하나님의 말씀이 내 맘속에 꾸준히 차올랐다. 아이가 잘 자라는 것은 누구도 완전하게 할 수 없는 것임을 인정하게 하시고, 모든 것은 오직 하나님이 하시는 것임을 알려주시기까지 하셨다. 내가 내 아이의 주인이 아니고, 하나님이 맡기신 아이의 청지기이므로 이제는 제대로 된 믿음을 가진 청지기가 되어야 함을 알려주셨다. 하나님 말씀 위에 믿음 생활을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다. ‘난 말씀대로 살기가 어렵다. 부족한 인간이 말씀대로 못 하는건 당연하다. 그런 인간인 날 이해해 주실 거야. 난 해낼 수 없는데…’가 우선인 나를 ‘하나님 말씀대로 살아가고 싶은 동기를 주시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다’라는 믿음을 소유한 나로 변화하게 해주셨다.


돌아보니, 내 엄마의 모습이 바로 그 청지기의 사명을 충실하게 담당하시는 모범답안이었다. “숙제 다 했니?” “시험 점수는 몇 점이야?”가 아니라 “오늘 힘든 일은 없었니?” 하시며 내 표정을 살피시거나 아니면 주절주절 말 많은 딸이 하는 얘기를 그저 들어주고, 비슷한 에피소드나 엄마가 경험한 감동 어린 이야기들을 꾸준히 들려주셨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몇 년 전 한 아나운서가 아버지에게서 받은 많은 편지가 본인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이야기하던데, 나도 그 못지않게 엄청나게 많은 손편지를 엄마에게 받아왔다. 수많은 편지에는 나에 대한 염려 조금과 하나님 안에서 ‘승리하라’와 같은 축복의 말씀들이 늘 적혀있었다.


또 다른 하나는 항상 엄마 자신보다는 다른사람을 위한 삶을 우선으로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어릴 적 나는 집에 손님이 오는 것이 언제나 불편했다. 반대로 엄마는 심지어 낯익지 않은 분들도 집에 모셔서 다과나 소찬을 차리시고 그분 옆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주시고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학교 오가며 만났던, 거리에서 일하시는 할머니들은 꼭 우리 집에 오셨다 가셨고, 한동안 꾸준히 초대받으시는 정기적인 손님이 되시곤 했다. 엄마는 다른 엄마들처럼 나를 위해 더 많은 학원을 알아봐 주시거나, 진로에 대한 엄청난 정보력으로 나를 최고로 키우고 싶은 맘은 전혀 없었다. 물질적으로는 여유 없는 삶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는 여유가 많은 삶의 자리에 있는 것처럼 역동적으로 살고 계셨다. 내 눈으로는 어느 하나 하나님 말씀과 어긋나보임이 없는 엄마의 믿음 생활을 기억해낼 수있다.


엄마가 보여주신 자녀교육의 청지기적 삶은 이제 나에게 엄청난 도전이 된다. 다행인 것은 엄마와 엄청나게 다른 나일지라도 하나님이 열심히 빚어주고 계심을 느낀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나에게 맡기신 아들과 딸이 나와 함께 살아가 줘서 감사하고, 그들이 피곤하고 그늘지는 날엔 그들의 평안함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게 된다. 아직 청지기의 사명이 충분히 감당되지 않는 믿음 생활이기에 아이들을 위한 축복 기도 뒤에 나를 바꿔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살아간다. 실수가 있을 때마다 하나님께 회개하며, 아이에게 나의 부족함을 알린다. 그리고 오늘도 나의 실수를 부끄럽지만, 슬그머니 꺼낸다.

 

 

 

 

 

 

 

이지연 집사
강동·송파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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