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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 보시기에 좋았더라

작성일 : 2020-07-29 13:57 수정일 : 2020-07-30 20:38

 

오래전 어느 날 금요권찰예배를 드리고 황급히 빠져나오는데, 목사님께서 부르신다…. 이런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데….


교구 목사님께서 “구역장을 맡아주었으면…” 하셨습니다.


구역 지도자반 수업을 막 끝냈던 터라, 이런 날이 오리라는 막연한 예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목사님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썼는데….


구역장은 1, 2년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었기에 되도록 천천히, 뒤로 미루고 싶었던 직분이었습니다. 저 스스로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에 무조건 피하고만 싶었습니다. 목사님께 다음에 하겠다고 거듭 말씀드려, 겨우 위기 아닌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하나님께 순종하지 못했던 제 모습이 너무나도 부끄럽고 죄송스러웠습니다. 그리고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목사님은 바뀌었고, 저는 다시 한번 구역장을 제안받았습니다.


이렇게 맡게 된 구역은 집에서도 멀리 떨어진 광범위한 지역이었습니다.


첫 구역예배를 드리기 전날에는 예배드릴 권사님 댁을 사전 답사했으며, 당일에는 예배 30분 전에 도착해 차 안에서 한참을 기도한 후에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한 계단 한 계단 꾹꾹 눌러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우리 구역에는 혼자되신 권사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구역예배 첫날, 한 권사님께서 “내가 구역장님 나이에 혼자됐네” 하시는데, 그 말씀을 듣는 순간, 나라면 아무것도 혼자 감당할 수 없는 나이에, 두 자녀를 홀로 키우시며 가장이 되셔야만 했던 권사님의 삶이 깊게 공감되면서, 연세가 높으신 분이라 어렵게만 느껴졌던 제 마음의 담이 한순간에 허물어졌습니다.


첫 구역예배를 무사히 마치고 나올 때, 지나치리만큼 두려워했던 것이 큰 기우였음을 주님은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권사님들은 한참이나 어린 구역장을 열린 마음으로 환대해 주셨습니다. 다른 것들은 오래전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친정 가는 마음으로 구역예배 오겠다고 권사님들께 말씀드린 것이 또렷이 생각납니다. 저에게 친정 가는 시간은 설렘이었고, 기다려지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구역예배를 드리러 가는 제 걸음이 그렇게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구역은 매달 첫째 주 월요일을 구역예배 날로 정해 드리고 있습니다. 날씨 좋은 어느 날은 율동 공원에 돗자리를 펴놓고 예배를 드리기도 했고, 또 어느 날은 예배를 드린 후 솜씨 좋은 권사님이 차려주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두세 시간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교제하고 다음 예배 시간을 기약하며 아쉽게 헤어지기도 했었지요.


계절이 아름다운 봄철과 가을에는 어릴 적 소풍이라도 가는 날처럼 간식들을 챙겨서 유난히도 단풍이 고운 남한산성 영락수련원으로 예배를 드리러 올라가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 한 구역 식구로 교제했기에 격의 없이 친밀하시고 또 구역예배를 사모해 모이기를 기뻐하십니다.


무지개는 색의 대비가 분명하나, 튀어 보인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색을 선명히 드러낼 때,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것처럼, 우리 구역의 식구들은 각기 다른 색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존중하고, 진심으로 공감해 주며, 각각 받은 은사대로 구역 안에서 섬기기를 자청하시는 귀한 믿음의 선배요 동역자들입니다.


저도 십 년쯤 더 지나면, 진하게 우려져 깊은 향을 내는 차처럼 우리 권사님들과 더 속 깊은 정이 쌓이겠지요…. 은혜로운 구역 식구들을 만나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요 13:34)

 


이 말씀을 모든 구역 식구들과 함께 나누길 소망하며, 코로나바이러스로 오랫동안 뵙지 못한 권사님, 집사님들 정말 뵙고 싶습니다.

 

 

 

 

 

 

김맹희 권사
성남·분당교구 19구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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