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

말씀/칼럼

HOME > 말씀/칼럼

「202007」 익숙함과의 결별…전염병이 바꾼 세상의 모습

작성일 : 2020-06-30 13:52 수정일 : 2020-06-30 14:22

 

전염병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지구촌의 수많은 사람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구촌 수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 2020년 6월 5일 현재 누적 확진자는 641만여 명, 누적 사망자는 382,867명이다. 확산세는 전혀 꺾이지 않고 있다. 치료제 개발과 백신 연구에 전 세계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현재로서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야말로 초불 확실성(Hyper Uncertainty)이 지배하는 상황이다.


강력한 전염병은 새로운 특징들이 표준이 되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의 도래를 알리고 있다. 격리·방역경제를 의미하는 ‘큐코노미’(Quarantine Economy) 체제가 자리 잡으면서 오랜 문화와 전통이 바뀌고 있다. 인류 보편의 인사 방법이었던 악수 예절도 사라지고 있다. 접촉을 전제로 한 인사 예법이 사라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두손을 앞으로 모으고 고개를 숙이는 중국의 전통 인사법인 공수법을 제안하기도 했고, 영국에서는 찰스 왕세자가 자신의 양 손바닥을 마주치는 인도식 ‘나마스테 인사법’을 선보이기도 했다. 운동선수들의 대표적인 세리머니인 하이파이브도 경기장에서 보기 힘들어졌다. 아시아에서 반찬을 공유하는 식사 문화도 바뀌고 있다. 중국에서는 둥근 테이블을 돌려가며 식사를 하는 음식 공유 문화도 사라지고 있다. 모두 감염병 위험 때문이다. 전염병 때문에 사람들이 식당을 찾는 것을 꺼리게 되자, 급기야 독일의 뮌헨에서는 사람 사이를 유리벽으로 차단해주는 방역 레스토랑(Quarantine restaurant)이 등장했다.


감염병 위험으로 인해 언택트(untact) 체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언택트는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접두어 ‘un-’을 붙인 한국식 신조어다. ‘비접촉’ ‘비대면’을 의미한다. 언택트는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을 통해 물건을 주문하거나, 접촉이 필요 없는 자동주문 시스템 등을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모바일 앱을 통해 생활의 다양한 편의를 해결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직장에서는 화상회의 앱을 통해 원격근무를 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대학교 등에서도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언택트 체제가 경제, 문화, 생활 등의 모든 영역에 걸쳐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사람들의 심리상태이다. 멘탈데믹(정신을 의미하는 Mental과 감염병을 의미하는 epidemic을 합성한 단어)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며 이제는 신체방역뿐만 아니라 ‘심리방역’이 중요해지고 있다. 심리방역은 전염병 등으로 인한 우울, 무기력, 불안 등의 심리적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4월에 경기연구원에서 전국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절반에 가까운 47.5%의 국민이 불안감과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었다. 뉴스 등을 통해 매일 접하는 재난 관련 소식 등은 전염병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어도 간접적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일종의 대리외상 증후군을 발생시키고 있다.

 


최근 인류의 활동이 줄어들면서 자연환경이 회복되는 등 역설적인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미국 나사(NASA)에서 찍은 위성사진을 보면 2020년 1~2월 중국 대기질 변화에 중국 상공의 대기 질이 확연히 깨끗해졌다. 인도의 한 마을에서는 150km 떨어진 히말라야산맥이 30년 만에 눈앞에 선명하게 펼쳐졌다. 지난 30년 동안 스모그 등 매연물질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히말라야가 거짓말처럼 시야에 들어오며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동안 인류가 오염시켜 왔던 자연환경이 일시적이나마 회복되는 모습을 바라보며 많은 사람이 무분별하게 자연을 파괴해왔던 태도를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번 사태도 인간의 자연파괴 활동 때문에 생겨났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바이러스는 자연계 속의 박쥐 같은 숙주를 옮겨다니며 생존을 이어갔으나, 인간이 생태계를 훼손하면서 숙주 숫자가 급격하게 감소했고, 이에 변이를 일으켜 인간 감염이 가능케 됐다는 것이다. 또한, 자연 생태계 파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박쥐 등의 야생동물과의 접촉이 많아지면서 변종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더욱 확산하는 계기가 되었다. 인간의 면역체계는 이제껏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신종 바이러스에 대해 무방비로 당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전염병 창궐에 대해 인류 스스로 책임을 자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세계도 양극화 문제 등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경제력의 유무가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빈곤한 흑인들이 백인들과 비교해 감염률과 사망률이 현저하게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미국은 사회적 통합과 연대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최근 확산 중인 전염병이 사회계급 분화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의하면 제1계급(35%)은 원격근무 가능자로서 전문직, 관리직, 기술직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제2계급(30%)은 필수업무 종사자로서 경찰 소방관, 의료계 종사자, 배달 근로자 등이다. 2계급은 감염병 위험에 상대적으로 더 크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제3계급은 임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사람들로서 식당 서비스업, 여행업 종사자 등이다. 여행객 감소 등으로 급격하게 위축되는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해고와 실직의 위험에 노출된다. 제4계급은 잊힌 노동자들로서 불법이민자, 재소자, 노숙인 등이다. 이들은 감염병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위험한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을 가리켜 신(新)카스트가 도래했다고 표현한다.


디지털 사회의 가속화로 인해 생기는 언택트 디바이드(Untact Divide) 문제도 심각하다. 젊은이들은 언택트에 능숙하지만, 고령층 소비자들은 온라인 쇼핑이나 온라인 뱅킹 같은 언택트 기술에 매우 취약하다. 우리나라에서 마스크 부족 사태가 생겼을 때 젊은이들은 모바일 앱으로 약국별 마스크 재고 현황을 미리 파악하고 재빠르게 구매할수 있었지만, 노인들은 약국 앞에 긴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재고가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황망하게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비대면 경제 등 가속화되는 디지털 사회에서 소외되는 계층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간활동 감소로 자연환경이 회복되는 모습을 통해 인류는 반성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인류 스스로 돌아보고 무너진 자연환경을 복구하고 미래의 후손에게 깨끗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노력해야 한다. 양분되는 사회갈등의 모습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특히 감염병 장기화로 인해 소외되는 경제적 빈곤층과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재난의 시기에는 많은 사람이 심리적으로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위로가 더욱 절실해지는 시기이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아니 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요 14:27). 우리 모두 예수님께서 주시는 은혜에 힘입어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나가길 기도한다.

 

 

 

 

 

 

이준영 집사
노원교구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