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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 하나님은 참으로 이상하게 일하신다

작성일 : 2020-06-01 16:40 수정일 : 2020-06-01 16:59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도다”(시편 23:1~3)

 


교회 안의 봉사부서에서 경력이 쌓이면서 자연스레 이곳저곳 봉사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만큼 신경 쓸 일도 많아졌다. 시간도 더 할애해야 했다. 그러한 일상의 변화에 적응되었는지 언제부터인가 습관화된 듯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그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잘못된 행실과 부조리 속에 빠져가는 모습들, 그리고 신체가 병들어가는 모습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다르다, 나는 건강하다’라고 오해하다가 정작 자신에게 닥쳤을 때는 ‘왜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이?’하면서 발버둥 치는 것이 우리네 삶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그러한 삶의 모습이 나에게도 닥쳤다. 2018년 12월 하순경 어느 날 혈변을 보았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다음 날 동네 의원을 찾았다. 기계장비가 부족하니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의사의 소견서를 받아들었다. 직장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설명을 덧붙여준다. 어제는 대수롭지 않았는데, 올 것이 왔다는 두려운 생각이 엄습했다. 아내에게 사실을 알렸다. 아내는 무표정하게 듣고 있었지만, 안색은 하얗게 변했다. 예상치 못한 일 앞에서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초음파, MRI 등 병원 검사가 이루어졌다. 다른 병원을 찾아가 볼 겨를이 없을 정도로 검사는 빠르게 진행되었고 곧바로 수술 날짜까지 정해졌다. 의심스럽다던 병명은 확실해졌다. 직장암. 그러나 비교적 일찍 발견되었기에 희망적이라 했다.


‘희망적’이라는 진단은 가족의 기쁨이 되었다. 어느 날 가족예배 시간에 아내는 하나님께서 임종환 집사를 앞으로 더 사용할 필요가 있으신가 보다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날 아내의 표정은 평상시보다 밝았다. 그러나 크건 작건 고난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님께 기도하며 매달리는 것밖에. 직장암 1차 수술 후에 장루를 부착했다. 불편하고 난감하고 민망했다. 배 앞의 똥주머니라니! 35년여 결혼생활로 이제 그대와 나 사이에 감출 것이 있나 싶었던 아내에게도 민망한 마음은 피할 수 없었다.


그런데 하나님은 참 이상하게 일하신다. 배에 배변 주머니를 달고 일상을 견뎌야 하기에 외출마저 버거웠던 나에게, 하나님은 봉사의 문을 열어 주셨다. 처음에는 하나님께서 그러실 리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열어 주신 그 문은 내가 닫아도 되리라 생각했다. 뭐라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게다. 환자였으니까. 그러나 성령님 또한 이상하신 분이었다. 그 봉사의 자리로 거부감 없이 가게 하셨다.


아프기 전, 2018년 하기선교봉사에 자의 반 타의 반 다녀온 적이 있었다. 나는 마을에 평상을 제작해주었다. 교회 인근에 사는 분의 집의 위생이 열악해서 도배가 필요하다기에 부족한 실력이지만 보탰다. 그분은 믿지 않는 사람이었다. 수술하고 회복기에 들어서니 다시 하기선교봉사의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나에게 함께 가자고 권했던 집사는 가지 못하고 환자인 나와 같은 교구의 어느 집사가 다시 참여하게 되었다. 거기서 하나님은 나 자신의 불편한 몸을 잊게 하시고, 미자립 농촌 교회의 열악한 현실을 보게 하셨다. 마을 두 교회의 전기시설에 보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기공사는 내 생업이라서 어려운 것 없이 임할 수 있었다. 불필요한 전선들을 정리하고 용량과 규격에 맞게 배선하는 등 3박 4일간의 봉사 시간을 함께 했다.


2019년 하기선교봉사를 다녀온 후, 10월에 직장 복원 수술을 받았다. 복원 수술 후 환자 대부분은 배변 문제로 인해 고통을 받는다. 나도 예외일 수 없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참으로 이상하게 일하시는 분이 맞다. 어둡고 차가웠던 마음에 불씨가 당겨졌고 따뜻해졌다. 마음에 온기가 돌면서 회복되는가 싶더니 몸도 곧 회복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변한 것은 없었다. 병은 치료 중이고, 불편함은 여전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불편과 아픔은 여전한데 이겨낼 힘이 더 강해졌다는 표현이 옳다. 그래서 힘들지 않은 것이다. 그랬더니 하나님께서 ‘이 녀석 다 나았나 보네’라고 오해하신 것 같다. 덜컥 ‘안수집사’ 직분을 더하셨다. 오래 몸담았던 자원봉사부로 다시 가게 되었다. 이번에는 피택봉사자 신분이 되었다.


직장암 선고를 받았을 당시, 내가 기도한 것보다 주위 성도 분들이 더 많이 기도해주신 것을 안다. 교회의 많은 지인은 나 자신보다 더 염려해주었고 많은 기도를 해주었다. 그 기도에 힘입어 힘에 겨웠던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많은 날, 썩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 남편을 위해 힘든 병원 수발과 병간호를 묵묵히 감당해 준 아내에게 지면을 빌어 고마움을 전한다. 아내 얼굴을 앞에 두고는 입을 열지 못하는 한국 남자이니 그간 고마움을 전하지 못한 것 또한 이 지면을 통해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우리네 삶이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지는 들풀”(마 6:30)일지언정 하나님의 보살핌이 있기에 모든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임종환 집사
강북·도봉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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