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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 야, 너도 구역장 할 수 있어!

작성일 : 2020-05-07 13:26 수정일 : 2020-05-09 15:20

“애기를 구역장으로 보냈네.”


9년 전 파견 구역장으로 섬기게 된 낯선 동네에서 만난 권사님들의 첫 인사말입니다. 세월이 흘러 애기 구역장에서 섬김이 예쁘다며 예쁜 구역장으로 호칭이 변했고, 지금은 우리 구역장님이라는 정감 있는 호칭을 들으며 직분의 무게를 더 느낍니다.


구역장이라는 직분은 성숙한 신앙을 가진 연륜 있는 권사님들의 섬김이라고 생각했기에 저하고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저를 단지 운전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집에서 차로 30분이나 걸리는 구역을 섬기게 하셨습니다. 신임 구역장 교육은 들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마음에 첫 『만남』을 받아 놓고 하루 이틀 미루었습니다. 그러다 더는 미룰 수 없어 한파가 몰아치던 1월 어느 날 심방 카드를 들고 무작정 나섰습니다.


구역장이 공석이던 구역이라 구역 식구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었기에 내비게이션이 알려 준 집 앞에 설 때마다 어떤 분들을 만나게 될지 기대와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문 앞에 서서 기도로 만남을 준비했습니다. 구역장의 돌봄이 없던 구역이다 보니 다양한 반응을 보여주셨습니다. 반겨주시는 분도 계셨지만 어린 구역장을 못 미더운 시선으로 보시기도 하셨습니다. 귀찮아하시는 분도 계시고 심지어 화를 내시며 잡상인 취급을 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미성숙한 저는 구역장으로 섬기는 것이 버겁기만 했습니다. 구역장이라는 직분에 걸맞은 사람이 아닐 뿐만 아니라 그냥 저라는 사람 자체가 너무나 부족한 사람이었습니다. 쉽고 편한 신앙생활이 그리웠습니다. 아무리 주님께서 부족한 자를 쓰신다고 하시지만 그래도 나는 못 하겠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때 머릿속을 스치듯 의미 있는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성경공부를 해보라는 권유에 뭣 모르고 시작한 공부반이 구역지도자반이었는데 내가 받은 은사는 무엇이며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적어서 제출하는 숙제가 있었습니다. 평소 받은 은사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던 터라 그냥 ‘운전을 잘해서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해서 무언가를 만들어서 선물로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작은 은사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이 내게 주신 은사인 것 같다’라고 고심 끝에 적어냈습니다. 자신을 들여다본 그 경험을 통해 주님께서는 “네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섬겨라”라며 격려의 마음을 주셨습니다. 새삼스럽지만 그때의 은혜로 지금 이렇게 쓰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파견구역이다 보니 장소 문제로 예배를 드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어느 가정에서 장소를 제공하신다고 해도 구역이 너무 넓어 연로하신 분들이 몇 정거장씩 차를 타고 모이신다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처음에는 각 가정에 들려서 모든 분을 태우고 한 집씩 돌아가며 예배드리기도 해보고 교회에 모여서 예배를 드려보기도 했습니다. 구역장 집에도 와보고 싶다 하시며 대중교통을 이용해 먼 거리를 오시기도 하셨습니다.


나중에는 함께 모여 예배드리는 것이 어려워져서 『만남』이 나올 때면 가정마다 개별 심방을 했는데, 꽃장식을 만들어서 작은 선물로 들고 가면 그보다 더 큰 사랑으로 제 손 가득 사탕이며 과자를 들려주셨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은사라고도 할 수 없는 누구나 할수 있는 운전과 손재간으로 구역을 섬길 수 있게 하시고 더 큰 사랑을 받게 하셨습니다.


4년이 지난 후, 그곳에 후임 구역장을 세우고 저는 새로운 구역으로 다시 파견을 나왔습니다. 새로운 파견 구역 식구분들도 부족한 제게 분에 넘치는 사랑을 주셨습니다. 구역이 합쳐지면서 더 큰 구역을 섬기게 되었는데 전임 구역장의 배려와 섬김으로 두 번째 구역에서 3년의 섬김을 마치고 저는 지금 세 번째 파견구역을 섬기고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이러다 은퇴할 때까지 69구역 다 파견 나가겠다며 웃지만, 구역이 바뀔 때마다 낯가림에 대한 두려움과 맞서며 부족한 나를 다시 마주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저의 부족함을 아시고 채워 주시려는 주님의 계획인 줄 믿습니다.


얼마 전 구역 성도님이 몇 달 동안 공을 들여 직장 동료 한 분을 교회로 초대하셨습니다. 혼자서 주일 예배만 드리고 다른 교제가 없다 보니 지인을 인도는 했지만 어찌할지 모르겠다며 저에게 도움을 청하셨습니다. 예배 후 차라도 마시자고 함께한 자리에서 성도님은 저를 그분에게 “우리 구역장님이 교회와 나를 이어주는 유일한 끈이야”라고 소개하셨습니다. 제게 훅하고 들어 온 그 말씀은 구역장으로서 다시금 마음을 새롭게 다질 수 있는 격려가 되었습니다.


“나를 능하게 하신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께 내가 감사함은 나를 충성되이 여겨 내게 직분을 맡기심이니”(딤 1:12) “이 구절은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힘과 위로의 말씀입니다” 나는 부족하다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모자라지만 내가 쓰임 받는 것은 오직 주님께서 나의 모습 그대로 충성스럽게 여겨 주신다는 뜻이라고 믿습니다.


구역장으로 섬긴 지난 9년을 돌아보니 협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그 은혜가 부족한 적이 없었습니다. 나 자신의 부족함에도 구역 식구들로부터 받는 사랑을 힘입고, 때마다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보듬어 주셔서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바쁨과 부족함을 핑계로 구역 섬김을 미루지 말고 이러한 은혜를 우리 모두 함께 누리게 되길 소망해봅니다.

 

 

 

 

 

 

이미경 권사
서대문·은평교구
39구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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