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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 사랑을 선택하다

작성일 : 2020-05-09 13:58 수정일 : 2020-10-03 11:00

 

변화 앞에 선 오늘, 미래를 염려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더라도 세계는 그 이전과는 전혀 같지 않을 것이다.”


최근 전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헨리 키신저가 기고한 글에 나온 말입니다. 한 권의 책에 대한 글을 쓰는 이때는 다 아시는 것처럼 코로나19로 세상이 흔들리는 때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대부분 이전과 같지 않을 것, 변화가 올 것을 예상합니다. 하지만 어떤 변화로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미증유의 상황인지라 대부분 염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오늘 한 권의 책은 이 변화 앞에 선 세상의 관점에서 소개해볼까 합니다.

 


변화 앞에 선 그때, 천국의 누룩이 되다
제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한 개신교 청년이 안전한 중립지역인 스위스를 떠나 당시 둘로 나뉘어 있던 프랑스에 가서 살기로 결심합니다. 그가 정착한 곳은 ‘떼제’라는 프랑스 동남부의 작은 시골 마을. 여기서 작은 집을 마련하고, 기도 생활과 포도원을 일구면서 근처 독일 점령지에서 빠져나온 피난민들, 특히 유대인들을 몰래 맞이해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반대로 독일군 포로들을 맞이해 돌봐 주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로제 슈츠-마르소쉬 (Roger Schutzs-Marsauche, 1915~2005)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떼제공동체를 세우고 이끌었던 로제 수사의 전기를 담은 책입니다. 1940년 떼제공동체를 시작할 때 25살의 청년 로제는 홀로였습니다. 홀로여도 그의 마음에는 간절한 기도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화해와 평화를 위한 기도였습니다. 두 번의 세계 대전 속에는 유럽의 그리스도인들조차 갈라져서 서로를 향해 무기를 들고 싸운 비극이 담겨 있었습니다.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그들만이라도 서로 화해해야 한다’는 그의 외할머니의 신앙과 화해의 정신을 자신의 삶 속에 녹여 내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그 시작은 홀로였지만 떼제의 작은 집을 마련해 기도하며 전쟁 피해자들뿐 아니라 나중에는 가해자였던 독일군까지 품으며 보살폈던 삶이었습니다. 세계를 변화시키겠다는 거창한 선포나 강력한 의지를 외부로 투사하는 사역이 아니라, 매일의 기도와 수련 속에 소박하고 가난한 삶을 선택하면서도 가장 가난하거나 쫓겨난 자들을 품고 보살피며 함께 사는 공동체를 이루었습니다. 그 시골의 작은 공동체가 어두웠던 당시의 시대를 비추는 작지만 소중한 빛이 되었고, 미래의 소망을 잃은 그때 다시 하나님 나라의 소망을 심는 적은 누룩으로 드려진 것입니다.

 


젊은이들의 공의회
당시 유럽은 두 번의 세계 대전으로 정신적 황폐화를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은 기독교 국가인 자신들의 나라 사이에 발발한 전쟁을 겪으며, 전해진 신앙마저도 회의하고 떠나는 정신적, 영적 공백기에 처해 있던 때 였습니다. 1 떼제공동체는 형성된 초기부터 몇몇 젊은이들을 맞이하곤 했습니다. 몇 명씩 와서 며칠, 혹은 몇 주씩 지내며 침묵과 쉼, 대화와 기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1958~1960년부터 그 수가 많아지기 시작했고, 1970년에 로제 수사는 ‘젊은이들의 공의회’ 개최를 알렸으며 이후 1974년 개막되었습니다. 함께 기도하고, 침묵하고, 대화하고 또 섬기는 가운데 이제 그들 스스로가 신앙의 확신과 이유를 가지고 세상을 향해 일어서는 청년들이 유럽에서 세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젊은이들의 공의회는 훗날 ‘범세계적 신뢰의 순례’로 바뀌었고,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를 향한 신뢰의 물결, 신실한 그리스도 공동체의 교제 물결은 당시 철의 장막을 넘어 동구권 청년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떼제는 매년 수천 명의 유럽의 청년들이 찾아오는 귀한 장소가 되었고 지금은 전 세계로부터 매년 여름이면 수천 명의 청년이 떼제공동체를 찾아오고 있습니다.

 


사랑을 선택하다
가난하고 소박한 삶, 겸손하게 경청하는 삶, 듣고 신뢰해 주는 삶을 통해 신앙의 우애를 빚어내고,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참된 교제(koinonia)의 신비를 함께 경험하는 가운데 형제들이 변화되고 젊은이들이 변화되었으며 그 물결이 잔잔히 퍼져갔습니다. 우애와 신뢰는 화해를 이루고, 새로이 신앙의 물결을 일으켰습니다. 작은 자의 삶을 택한 로제 수사를 통해 하나님은 그 시대 젊은이들의 공의회를 만드시고, 시대의 영적 공백을 채우시며, 그 누구도 할 수 없던 화해의 물결을 일으키셨으며, 그리스도의 교회 안에 다시금 성도의 교제의 신비라는 소중한 영적 유산을 회복해 주셨습니다.


2005년 8월 16일 저녁, 떼제의 화해의 교회에서 매일 드리는 공동기도를 드리던 중 로제 수사는 정신병을 앓는 여성에 의해 살해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비극적인 죽음 이후 떼제의 형제들은 오히려 “하나님께서 친히 우리를 인도하심을 느꼈고, 작은 우리 공동체는 첫 그리스도인들처럼 일치를 체험하며, ‘한마음 한뜻’(행 4:32)”이 되었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그리고 로제 수사가 남긴 그 귀한 유산을 돌아보며 깊은 감사를 하게 되었고, 그의 이야기와 그의 유산을 정리해 가장 먼저 낸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로제 수사를 생각하며 그 형제들이 고백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제목입니다.


『사랑을 선택하다』


코로나19로 미래를 가늠하기 어려운 이때, 로제 수사가 보여주었던 복음에 대한 본질적인 신앙과 헌신이야말로 이 시대에 필요한 하나님의 변화의 길로 우리를 이끌지 않겠습니까?

 

 

 

 

 

 

 

 

 

백성우 목사
교육전담










 

1 이후 1960년대 본격적으로 등장한 히피문화와 반체제문화를 포함한 강력한 세속화 물결이 일어난 배경에는 분명히 1, 2차 세계대전을 통한 정신적, 영적 황폐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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