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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호」 90년생이 온다

작성일 : 2020-03-06 10:23 수정일 : 2020-03-19 15:17

 

이 책은 최근 9급 공무원 시험에 전념하고 있는 1990년대에 출생한 20대 청년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이전 세대와 어떠한 차이가 있으며, 우리는 어떤 눈으로 이들을 바라봐야 하는지에 관한 책이다. 저자(임홍택)는 대기업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담당하면서 90년대생을 자세히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2016년 5월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청년취업 준비자의 40%가 일반직 공무원 시험 준비자라고 한다(65만 2천 명 중 25만 7천 명). 그런데 이들 중 공무원에 합격하는 사람은 1.8%에 불과하며 나머지 98.2%는 재수, 삼수의 길을 걷는다. 1990년대에 출생한 청년(2014년 당시 16~25세)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 1위가 공무원(29%)이고 다음이 대기업(22%), 공기업(15%)이라는 통계조사도 있다. 시간이 지나도 2위가 건물주와 임대업자로 변할뿐, 1위 공무원은 변함이 없다. 강남 엄마들 로망은 자녀가 SKY대 입학하여 공무원 취업하는 것이라는 얘기가 여기서 나왔다.


이렇듯 공무원의 인기가 높은 것은 우리 사회가 1997년 IMF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직업 안정성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과거 ‘굵고 짧게’에서 ‘가늘고 길게’를 직장 선택의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게다가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된 덕에 생애 소득이 대기업 직원보다 3억 원에서 7억 원까지 더 많다고 한다. 이제 공무원은 ‘가늘고 길게’가 아니라 ‘굵고 길게’ 가는 직업이 되었다.


우리 사회에는 시대마다 그 시대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이름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X세대’가 있다. 1990년대 중반에 20대였던 신세대는 1970년대생으로, 맞벌이 부부에 의해 키워진 세대다. 경제적 풍요 속에서 성장한 이들은 개성을 중시하고, 직장에 대한 소속감이나 충성심은 약하다. 1980년대 이후 출생자를 ‘밀레니얼 세대’라고 하는데, 이들의 부모 세대가 바로 우리 사회에서 인구층이 가장 두터운 베이비붐 세대(1955~1964년생)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80년대 출생자(늙은 밀레니얼)와 90년대 출생자(젊은 밀레니얼)를 구별하기도 하는데, 구별의 기준이 되는 것은 빠르게 발전한 IT 기술 때문이다. 이들에게도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낮은 출산율이다. 80년대생은 형제자매가 둘 이상인 경우가 많지만, 90년대생은 외동인 경우가 많아 우리 사회의 출산율 저하를 그대로 보여준다.

 


90년대생의 첫 번째 특징 : 간단
90년대생을 이해할 수 있는 첫 번째 키워드는 ‘간단함’인데, 그들의 언어습관에서 줄임말을 보면 알 수 있다. 줄임말은 70년대생이 10대 청소년기에 ‘천재(천하에 재수없는 놈)’ ‘바보(바다의 보배)’ 같은 말을 썼다면 80년대생은 ‘방가(반가워요)’ ‘쟈철(지하철)’ 정도였다. 90년대생들의 줄임말은 그 정도가 아니다. PC 통신과 채팅 문화가 인터넷과 게임문화로 확대·전승되어 ‘득템’ ‘아싸(아웃사이더)’ ‘어사(어색한 사이)’ 외에도 ‘스벅(스타벅스)’ ‘빠바(빠리바게트)’ ‘미피(미스터피자)’ 등 기업의 고유 브랜드도 줄여 부른다. 이들 줄임말이 생성되고 확장되는 방식에는 첫째, ‘축약형’으로 ‘케바케(Case by Case)’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다) 등이 있다. 둘째, ‘초성형’으로 아예 자음만 쓴다. ‘ㅊㅋ(축하)’ ‘ㅇㅈ(인정)’ ‘ㅇㅋ(오케이)’ 등이다, 셋째, ‘합성형’으로 ‘밥블레스유’ ‘나일리지’ 등이 있고, 넷째, 오타형으로 ‘오나전(완전)’ ‘고나리(관리)’ 등이 있다.


새로운 세대는 문자를 빨리 쓰는 능력보다는 이모티콘이나 짤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을 더욱더 인정한다. 책을 읽는 것도 ‘더 짧고 간단하게’를 지향하다 보니 3분 안팎에 읽을 수 있는 2,000자 분량의 초 단편소설도 등장하게 되었다.

 


90년대생의 두 번째 특징 : 재미
80년대생 이전 세대들이 ‘삶의 목적’을 추구했다면, 90년대생은 ‘삶의 유희’를 추구한다. ‘병맛’이라는 신조어가 있는데 이는 어떤 대상이 ‘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음’을 뜻하며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 그런데도 청년층에 인기 있는 것은 완전무결함만 살아남는 현실의 답답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와 자신을 패배자라고 인식하는 청년들의 정서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드리브(adlib)에서 변형된 은어인 ‘드립’은 ‘특정한 상황이나 행동에 대한 발언’이라는 의미로 헛소리나 실언, 막말이라는 뜻까지도 포함한다. 일종의 개그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 드립력은 상황에 어울리는 짧은 말과 글로 촌철살인의 웃음을 주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인터넷 기반 개방형 백과사전의 성격에서도 나타난다. 세계적으로 구성되는 ‘위키피디아’가 기본 정보 전달에 충실한 데 반해, 한국의 ‘나무위키’는 개인적 견해를 기본 정보에 덕지덕지 붙여 이 공간을 정보의 곳간인 동시에 오락거리를 제공하는 유희의 공간으로 활용한다. 90년대생에게 ‘식사’는 배고픔을 달래기 위함이 아니라 무엇을 먹어야 즐거울지가 관건이다. 그래서 따뜻한 음식을 앞에 두고 먹기보다 먼저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는 것이다. 이들은 기본적인 자아실현의 충족을 위해 힘쓰는 ‘유희 정신’에 기울어져 있다.

 


90년대생의 세 번째 특징 : 정직
90년대생들은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서 ‘정직’을 요구한다. 이때 정직의 의미는 ‘Honest(어니스트: 성품이 정직, 솔직, 순수함)’보다는 ‘Integrity(인테그리티: 완전하고 온전한 상태)’에 가깝다. 이 기준으로 보면 혈연, 학연, 지연은 일종의 적폐다. 기업의 공개채용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면서 공무원 시험을 선호하고,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불신으로 ‘정시 100% 반영’을 주장하는 이유다. 90년대생은 정직함과 신뢰를 사회적으로 ‘시스템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반영하여 부동산 거래에서의 ‘호갱노노’, 화장품 제품 정보의 ‘화해(화장품을 해석하다)’와 같은 앱이 인기를 얻고 있다. 90년대생들은 자신이 구직자이면서도 면접한 회사를 평가하고, 면접시험 결과에 대한 정보를 요구한다. 기업들도 이들 요구에 부응해 더 좋은 인재를 채용하고자 한다.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의 창조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포용력 있고 열린 자세로 그들과 적극적으로 만날 때에만, 젊은세대에 대한 모든 편향된 평가와 논의들이 사라질 것이다. ……
이와 함께 젊은 세대의 문제는 더 이상 그들의 문제가 아닌, 하나의 사회적 현실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세대론은 그렇게 세대 간의 포용력 있는 공감대를 만드는 데 쓰여야 한다.
- 「9 0년생이 온다」 중에서

 

 

90년대생이 ‘직원’과 ‘소비자’가 되었을 때
세계 유수 기업의 리더들은 젊은 직원(세대)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기성세대(상사)에게 있다고 본다. 젊은 직원들은 기업문화, 상사(꼰대)의 태도에 실망하며 급여보다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한다. 회사에 대한 충성보다는 자신의 미래나 팀, 또는 프로젝트에 충성심을 갖는다. 퇴근 시간과 휴가, 보고서 작성, 회의 등의 불합리한 운영에 반발하고, 회사는 이들의 삶의 조화를 위해 ‘주 4일 근무제’ 도입을 검토한다. 강한 통제방식이 통하지 않는 이들은 ‘참견’이 아닌 ‘참여’를 통해 조직이 필요로 여기는 본인이기를 원한다.


젊은 세대들은 인터넷과 모바일을 무기로 스마트 컨슈머를 지향한다. 멤버십 포인트, 해외직구, 가정편의식 등을 활용한다. 고객센터보다는 비대면 상담을 선호하고, 인터넷을 통해 접속의 시대를 선도한다. 이들은 호갱 기업을 용납하지 않고, 정직한 제품과 서비스를 선호한다. 이들 젊은 고객을 위해 기업은 초성체 제품명(ㅇㄱㄹㅇ ㅂㅂㅂㄱ) 상품을 출시하고 무인매장 제도를 도입한다. 기업은 변하는 ‘젊은 고객의 소리’를 듣기 위해 전통적인 조사방법보다 ‘관찰조사’를 통해 고객에 가까이 가고자 한다.


위에 소개한 대로, 이 책은 90년대생의 사고와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앞으로 우리 교회의 주인이 될 이들 신세대를 신앙적으로는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이들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노력을 하는 한편 변할 수 없는 신앙의 진수를 전해야 하는 것이 신앙의 선배인
우리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종태 장로
강남교구